그러나 현행 헌법에 대해서도 헌법전문가의 과반수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공법학회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공법학회는 1956년 창립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헌법 관련 학회다.
과거의 개헌 논의와 다른 점은 논의의 초점이 정권의 정당성이나 기본권 보장 등이 아니라 정부의 효율성과 리더십에 있다는 점이다.
▽개헌의 필요성과 이유=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1%의 학자들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헌 지지자들은 개헌이 필요한 이유로 △민주화 문민화 등 국내 정치 환경의 변화(60%) △경제 사회적 여건의 변화(21%) △국제환경과 남북관계의 변화(10%) 등을 꼽았다.
대통령의 임기 형태는 개헌 논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현행 헌법대로 5년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미국처럼 4년 중임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팽팽하게 엇갈려 있기 때문.
개헌을 전제로 한 질문에 대해 공법학자들은 4분의 3 이상이 4년 중임제를 지지했다. 공법학회 양건(梁建·한양대 법대 교수) 회장은 “헌법학자들은 개헌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위험성 등 때문에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견해도 많지만 일단 개헌을 한다면 대통령의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토조항은 유지=헌법 제3조 영토조항은 헌법 규정 중 남북문제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많은 조항이다.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규정 자체가 대한민국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대해 정당성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조항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헌법적 근거가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일부 진보적인 학자와 정치인들은 이 조항이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근거가 돼 남북관계 진전에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삭제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10%에 불과했다. 다만 34%는 삭제에는 반대하면서도 통일 전까지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법학회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상세히 분석해 7월 1일부터 이틀간 전북대에서 열리는 개헌 관련 공법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 토론할 계획이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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