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초등생 일기쓰기 이렇게 살펴주세요

  • 입력 2005년 3월 3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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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재능을 했다. 나는 재능 풀으는 개 가장 쉬어다. 할머니가 밖게 나가지 못하게 했다. 나는 왜 못나가게 했는지 몰른다.’(김도회·서울 대치초등 1년생)

‘오늘 달님의 연못그림 그림자극을 봤다. 그쪽의 교훈은 욕심을 부리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는 거다…나도 욕심을 안부릴 거다.’(김영진· 서울 화랑초등 2년생)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의 그림일기와 지난해 1년간 일기장이 5,6권이나 될 정도로 열심히 쓴 어린이의 일기다. 일기는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해 평생 친구가 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전문가들은 “한글을 많이 익히지 못했다면 그림일기부터 시작해도 된다”며 “그러나 완벽한 문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서툴더라도 글쓰기를 해보도록 유도하라”고 조언한다. 》

● “빨간펜 대는 대신 답글을”

최근 ‘초등 1학년 365’일을 펴낸 이현진(화랑초등 교사) 씨는 “일기쓰기를 어떻게 도와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사고력과 표현력 향상에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이 교사는 “옆에서 틀린 글자를 고쳐준다고 지워주거나 빨간 펜으로 수정하면 자신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나오지 않으므로 맞춤법지도는 되도록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부모가 답글을 달아주는 것은 아이가 관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영진 군의 어머니는 ‘우리 영진이가 그림자극이 이야기하려는 것을 잘 이해해줘 엄만 고맙구나! 우리 욕심 너무 부리지 말라’는 답글을 달았다.

아이가 글쓰기를 힘들어한다면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그 뒤 그림에 대한 설명이나 이야기한 내용을 두 줄 정도의 짧은 글로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려도 내버려둔다. 일기쓰기를 시작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 “검사용 일기를 쓰니까 일기를 어려워하죠”

한우리독서연구소 남영이 선임연구원은 “아이들이 일기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검사용 일기를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부모의 강요나 학교제출용으로 쓴 일기는 솔직한 동심을 담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일기에 대한 부정적 기억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겨울방학 직전 포털사이트 티나라(tnara.net)가 초등생 7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47%, 368명)이 가장 싫은 방학숙제로 일기쓰기를 꼽았다.

따라서 일기의 좋은 점을 설명해 아이가 스스로 동기유발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일기는 자기 전에 써야한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한다. 점심식사나 저녁식사 전후에 쓰도록 융통성 있게 조정하되 시간은 정해 둔다.

아이가 주제를 정하지 못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얘기한다. 이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루 일과는 순서대로 짚어준다.

● “날씨 : 춥다고 했는데 안 추웠다”

한 초등 교사가 운영하는 땀샘학급(chamdali.edumoa.com)에서도 일기쓰기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일기는 이렇게’에서는 아이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기 쓰는 방법을 소개한다.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뀐다. 그런데도 그냥 ‘맑음’ ‘흐림’ ‘비 또는 해’ ‘구름’을 벗어나지 못한다.

날씨도 문장으로 풀어 ‘봄날이지만 두꺼운 잠바 입을 정도’‘춥다고 했는데 안 추웠다’ ‘아침에는 조금 포근하다가 오후에는 조금 더웠다’는 식으로 풀어쓴다.

‘학년별 일기맛보기’나 ‘주제별 일기맛보기’ ‘잘못 쓴 일기’ ‘일기 봐주기’ 등에서는 또래 아이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다.

남 연구원은 “흔히 쓰게 되는 생활일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만화일기 여행일기 관찰일기 동시일기 독서일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권한다.

또한 일기에 제목을 붙여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제목 붙이기를 통해 내용을 함축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영어일기도 재미붙이기 나름▼

초등생에게는 영어일기를 쓴다는 게 너무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우리말로 쓰는 일기도 자발적으로 쓰는 아이가 드문데, 이를 영어로 하라면 거부반응부터 일으키기 십상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하라는 점이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가 3학년이므로 영어일기 쓰기도 이때부터 해 보자. 어떻게 영어에 대한 짤막한 ‘재산’으로 일기까지 쓰게 할 수 있을까.

권하고 싶은 것은 만화일기이다. 그날그날 일어난 일을 간단히 만화식 그림으로 그리고 말풍선에 영어단어 몇 개 정도 넣는 일은 영어를 많이 몰라도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문장을 요구하지 말고 아는 단어부터 활용하는 연습을 시킨다.

예를 들어 눈이 많이 온 날은 자신과 강아지를 그리고 말풍선에 “Snow! Snow!”라고 써넣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모르는 단어도 알고 싶어 하게 되고, 영어실력이 늘면서 점차 단어에서 구로, 거기서 문장으로 말풍선을 채우게 된다. 또한 짧은 영어로 만화를 구성하다보면 의외로 기발하고 창의적인 표현이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배운 영어를 실제로 사용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며, 완벽성을 요구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장려하는 것이다.

김유경 영어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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