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 농약에… ‘새들의 비명’ 안들리나요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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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 다치지 말아라”23일 강원 철원군 철원자연생태학습원에서 건국대 수의대 학생들이 이 학습원 최종수 교사의 도움을 받아 다친 수리부엉이에게 재활훈련을 시키고 있다. 철원=이종승 기자
“다신 다치지 말아라”
23일 강원 철원군 철원자연생태학습원에서 건국대 수의대 학생들이 이 학습원 최종수 교사의 도움을 받아 다친 수리부엉이에게 재활훈련을 시키고 있다. 철원=이종승 기자
새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3명의 대학생들이 23일 강원 철원군을 찾았다. 주민들은 예년보다 기온이 3∼4도 올라 ‘봄날’ 같다고 즐거워했지만 외지 사람들에게 ‘철원의 봄’은 ‘서울의 겨울’보다 훨씬 춥게 느껴졌다.

건국대 수의대 학생들은 지난해 여름방학에 이어 겨울방학에도 이곳으로 ‘수활(獸活·수의사 활동)’을 왔다. 이전에도 방학 때마다 농가에 머물면서 소나 돼지 등 가축들을 돌보는 활동을 했지만 수활이라는 이름으로 오기는 이번이 두 번째. 전국의 수의대 중 야생조류를 대상으로 수활을 하는 곳은 건국대가 유일하다.

이들은 26일까지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폐교에 들어선 철원자연생태학습원에서 수리부엉이, 쇠기러기, 독수리와 같은 야생조류를 치료하고 재활훈련을 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이 외에도 교실 페인트칠, 무게 40kg의 옥수수자루 나르기, 새장 치우기, 먹이 주기 등의 막일도 도맡아 했다.

23일 오전에는 대대적인 청소를 했다. 바닥에 쌓여 있던 깃털과 먼지가 눈과 코로 들어갔지만 열심히 퍼다 날랐다. 다른 곳에서는 독수리들이 먹을 물이 고여 있는 곳에 생긴 얼음을 깨기 위한 곡괭이질이 계속됐다.

찬 공기 속에서도 연방 땀방울을 흘리던 이현아 씨(21·여·예과1)는 “누가 시켜서 온 것도 아니고 자원해 와서인지 힘든 것보다는 보람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회복 중인 수리부엉이에게 재활훈련을 시켰다. 치료 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부엉이 다리에 끈을 묶고 새가 날아가는 만큼 함께 뛰어야 하는 작업이다. 부엉이의 비행 연습을 위해 학생들도 운동장을 여러 차례 뛰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김수호 사무국장은 “힘든 일인데도 학생들이 싫은 내색도 안하고 열심히 일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야생조류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수의사가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은데 이 중에서 단 한 명이라도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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