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울산시 ‘설마설마’ 폭설대책

  • 입력 2005년 1월 1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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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8시 반 울산시청 회의실.

울산지역에 1959년 이후 가장 많은 눈(적설량 10.1cm)이 내린지 하루가 지난 이날 박맹우(朴孟雨) 시장 주재로 간부회의가 열렸다.

박 시장은 “더 이상 소를 잃지 않기 위해 외양간을 고쳐야겠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소’는 설해(雪害)이고, ‘외양간’은 설해 대비책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울산시의 설해 대책은 그동안 ‘설마 설마’하며 미뤄져 왔다.

도로 관리부서인 종합건설본부는 2004년 당초 예산에 독일 벤츠사가 만든 첨단 제설차량 구입비 4억원을 배정해 달라고 담당 부서에 요청했다. 2003년 9월이었다.

“울산에 언제 많은 눈이 올지 모르며, 폭설이 내릴 경우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 장비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예산이 반영되지 않자 건설본부는 지난해 3월 추경에 얹어 달라고 다시 요구했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건설본부의 예측은 이번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16일 오전 7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됐고 접촉사고가 이어졌지만 시와 구청, 건설본부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비상사태 발령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은 도로에 쌓인 눈 때문에 제때 출동이 어려웠다.

그나마 출근한 공무원들은 삽과 빗자루 등 원시적인 장비로 쌓인 눈을 치워야 했다.

건설본부 관계자는 “제설차량만 있었다면 이처럼 최악의 상황은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늦게나마 박 시장이 적극적인 ‘눈 대책’을 주문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관계 공무원들이 왜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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