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교수들의 ‘제자 취업 세일즈’

  • 입력 2004년 12월 17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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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력과 표준어 구사 여부도 지방대 학생들의 취업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영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14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전국 주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 은연 중 퍼져 있는 지방대 학생들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기업 맞춤형 교육’을 적극 홍보해 제자를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키려는 생각에서다.

신소재공학부장인 김규호(金圭鎬·54) 교수는 “기업들은 지방대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 학생보다 전체적으로 자질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외국어(영어)의 경우 토익 점수가 높다고 어학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기업들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얼마나 외국어를 유연하게 잘 하느냐를 평가한다”며 “즉, 한국어든 외국어든 발표력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학생들의 사투리도 취업에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었다”며 “면접 때 표준어를 쓰면서 자신을 잘 설명하는 학생이 아무래도 높은 점수를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업을 위해서는 전공실력 못지않게 면접관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이 같은 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곧 마련할 계획이다.

교수들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이 학과의 내년 2월 졸업예정자 80명 가운데 삼성과 LG등 대기업에 24명이 취업한 것을 비롯해 현재 60% 정도가 취업에 성공했다. 교수들은 졸업 때까지는 취업률이 80% 선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몇 중견기업은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생을 채용하기도 했다. 교수들의 노력에 신뢰를 보낸 셈이다.

수업이 없는 날이나 주말을 이용해 ‘제자취업 출장’에 나선 교수들은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좋다는 반응이다.

백응률(白應律·44) 교수는 “제자들의 취업을 위해 교수들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학생들이 연구실로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종종 한다”며 “취업이 어렵지만 사제의 정은 끈끈해지는 것 같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공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12명은 20∼22일 영남대 신소재공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영남대 교수들의 요청으로 이뤄지는 이 특강은 학생들에게 좀 더 다양한 내용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됐다.

영남대 이희영(李曦榮·46) 교수는 “기업들이 알아서 학생들을 채용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앞으로도 계속 기업 관계자 등을 만나면서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제자 취업으로 연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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