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도 기업도 불황에 시름… 우울한 2004 자화상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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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시름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가계는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씀씀이를 줄이고 있고 기업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등 불투명한 경제 환경으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이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덜입고 덜쓰고…엥겔계수 4년만에 최고▼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3·4분기(7∼9월)에 엥겔계수가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엥겔계수는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의 비중을 가리키는 것으로 통상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떨어지고 생활형편이 나빠지면 올라간다.

1일 통계청의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3·4분기 가계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 비중은 28.4%로 전분기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하며 2000년 3·4분기(28.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계수는 2002년 26.2%에서 지난해 26.5%로 소폭 오른 뒤 올해 1·4분기(1∼3월)에 24.3%까지 떨어졌다가 2·4분기(4∼6월) 27.2% 등 올 하반기 들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엥겔계수가 크게 오른 것은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이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식료품비 지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수출기업 ‘비명’… 채산성 한달새 7P 뚝▼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5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456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를 조사한 결과 11월 수출기업의 채산성 실사지수(BSI)는 69로 10월(76)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99년 1·4분기(68)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채산성 BSI가 100을 밑돌면 채산성이 악화됐다고 보는 업체가 그렇지 않다고 보는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수출증가율 전망 BSI도 ‘약(弱)달러’에 대한 우려로 11월 105에서 12월 96으로 떨어졌다.

이 BSI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한편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이날 “환율 급락으로 수출이 늘수록 영업적자가 커져 중소기업의 줄도산 사태가 우려된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투자처 어디에… 10대그룹 돈 남아돌아▼

기업에 돈이 남아돌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9월 말 현재 10대 그룹 계열 상장회사의 유보율은 593.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505.4%)에 비해 88.5%포인트 높아진 것.

유보율은 이익잉여금 등 기업 내부에 있는 현금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지표.

10대 그룹 가운데 유보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그룹으로 계열 4개 상장회사의 유보율은 작년 말보다 306.4%포인트 높아진 1753.3%였다.

삼성그룹 계열 12개 상장회사의 유보율은 987.6%였다. 자본금은 4조6885억원이지만 이익잉여금 등을 포함한 자본 총계는 50조9898억원이나 됐다.

LG투자증권 황창중(黃昌重)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돈이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쌓여 있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아파트 안팔려”… 미분양 총 5만8905가구▼

주택경기 침체가 오래 계속되면서 미(未)분양 아파트가 크게 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10월 말 기준 전국에서 분양되지 않은 아파트가 5만8905가구에 이른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전달인 9월의 5만2674가구에 비해 6231가구(11.8%)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 미분양 아파트는 매달 1000∼2000가구씩 늘었으며 10월 들어 급증했다.

미분양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9월보다 16.3% 증가한 1만549가구였다.

지방에서는 충남지역이 9월 5617가구에서 10월 8189가구로 45.8%나 늘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0.41%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 13.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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