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농사꾼 의장이라 불러주오”

  • 입력 2004년 11월 12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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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이 됐지만 농사일 때문에 더 일찍 일어난다는 점 외에 달라진 게 없어요.”

경북 영덕군의회 송종인(宋鍾仁·56) 의장은 요즘도 새벽 4∼5시면 일어나 올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병곡면 출신으로 올해 7월 초순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그는 최근 자신의 논 100여 마지기(한 마지기는 200평)에서 벼를 모두 수확했다.

이 때문에 들녘에 나가 하루 4시간 이상 농사일을 한 뒤 귀가해 양복을 갈아입고 서둘러 의회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보던 때에 비해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올해 기름값 인상 등으로 영농비가 지난해보다 10% 인상된 반면 정부의 추곡수매가는 4% 인하돼 농민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논 200평당 순수입은 20만원 정도에 불과해 소규모 경작 농민은 생계유지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자신의 논외에 위탁영농 방식으로 남의 논 70 마지기도 경작해 추가수입을 올린 덕분에 순수입 3000만원 정도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많은 농사일을 그는 대부분 혼자서 처리한다.

부인 이인수씨(55)가 10여 년째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홍게 가공공장에 나가 일을 하고 있어 농사일을 거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오전 중에 농사일을 끝내면 의장 업무를 수행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며 “들녘에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얼마나 농사일을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복을 입고 하루에 많으면 2, 3차례 이상 공식행사에 참석하지만 의장이 됐다고 해서 농사일을 줄일 생각은 없다”며 “나를 ‘농사꾼 의장’으로 불러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군에서 제대하고 농촌에 정착한 그는 28세 때 이장이 된 이후 병곡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병곡면 청년회장, 애향동지회장, 영덕군의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송 의장은 농림부가 11일 발표한 쌀농가 소득 안정방안과 관련해 “쌀 한 가마니(80kg) 가격이 16만원 선으로만 보장된다면 쌀농사의 토대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자치단체 등이 농업을 살리기 위해 좀더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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