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교과서 논란]집필진 “최종판단은 교육현장의 몫”

민중사관적 관점에서 친북 반미 등 편향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의 집필진이 5일 이 같은 주장에 반박했다.

일선 고등학교의 교사들도 “금성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진보적 성향을 보이지만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교과서를 대표 집필한 김한종 교수(한국교원대)는 ▽“필요한 부분만 악의적으로 발췌”=“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후 맥락을 살펴야 하는데 권 의원은 필요한 부분만 악의적으로 발췌해 진의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교과서가 천리마운동에 대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며 “천리마운동을 중립적 우호적으로 기술한 것과 달리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부정적 묘사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김일성 1인 체제’라는 소제목의 교과에 김일성이 1인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남로당 등을 숙청한 뒤 사상집중작업과 경제성장을 위해 천리마운동을 도입했다고 함께 적고 있다”고 반박했다.

‘6·25전쟁’에 대해 ‘남침’이란 표현 대신 ‘군사적 충돌’로 정의하고 자칫 ‘남침유도설’과 연결될 수 있는 ‘전쟁 이전에도 38도선 근처에서 충돌이 잦았다’고 서술하고 있다는 권 의원의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교과서엔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전면적인 공격으로 전쟁은 시작되었다’고 명시돼 있다”며 “전쟁 전 38선 부근의 남북한 충돌은 학계에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해 권 의원측은 “한국경제는 자본과 기술에서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종속되어 갔다”고 기술해 전형적인 ‘식민지 이론’을 소개했다고 지적하지만 경제성장을 ‘한강변의 기적’으로 표현하는 등 긍정적 측면과 함께 경제발전이 가져온 부작용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다룬 것이라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김 교수는 “역사는 수학처럼 모든 교과서가 똑같이 서술할 수 없다”며 “역사교육의 의미는 과거에 대해 일방적으로 ‘잘했다’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드러내 더 나은 미래를 가꿔가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집필에 참가한 남궁원 교사(서울사대부고)는 “한국근현대사는 국정교과가 아닌 검정교과인 만큼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담을 수 있다”며 “객관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많은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최종 판단은 교사와 학생이 내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 “편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일선 역사 교사들은 금성교과서에 대해 “6개 출판사의 교과서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 때문에 ‘한국근현대사’를 채택하고 있는 전국 1415개 고교 가운데 49.5%인 701개 고교가 이 교과서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

또 진보적 색채가 있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울 Y고 김모 교사(40)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려고 D교과서를 채택했지만 금성교과서의 자료가 풍부해 참고서로 보라고 권하고 있다”며 “역사는 해석의 문제인 만큼 (금성교과서처럼) 진보적인 책과 함께 보수적인 책도 나와 다양한 시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D고 이모 교사(39)는 “7차 교육과정에 ‘근현대사’가 도입되면서 친일파 청산,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 등 이전의 국사 교과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이 첨가됐다”며 “현대사를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다소 당혹스럽겠지만 좌편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국역사교과모임 김육훈 회장(상계고)은 “일부 정치인이 정권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교과서를 이용하고 있다”며 “학술적인 문제를 지적하려면 국사편찬위원회 등 권위 있는 단체에 평가를 의뢰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서울 S고 전모 교사(52)는 “금성교과서가 북한을 긍정적으로 써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학생들은 교과서를 신봉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싣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