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비행 순직교수 유족들 “나라위한 희생에 보상없다니…”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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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인 ‘보라호’ 개발에 참여해 시범비행을 하다 숨진 한국항공대 은희봉(殷熙鳳) 황명신(黃明信) 교수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엄수될 예정이었으나 장례 절차와 보상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31일로 연기됐다.

유족 대표인 정홍수(鄭弘洙·은 교수 처남·50)씨는 30일 “떠나는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보상이 제시되지 않아 31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며 “마지막 길이 명예롭게 마련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대통령이 순직한 두 교수에 대해 국가유공자 수준의 지원을 지시했다는데 훈장 추서 외 다른 현실적 지원은 없다”며 “유족에게 또 한번의 슬픔을 안겨주는 이런 현실을 보고 누가 국책사업에 목숨을 걸고 뛰어들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당초 관례에 따라 3일장 또는 5일장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교측이 유족 대표와 합의하지도 않은 채 30일 4일장으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고 유족들은 조문객들에게 설명했다.

항공대는 은 교수에게 사학연금 1억600만원, 황 교수에게는 1억9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보라호 개발을 주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시험비행에 대비해 가입한 1인당 3억원 한도의 보험을 통해 보상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의 동생 명원(明媛·여·49)씨는 “사학연금은 오빠가 절반을 부담해 퇴직하면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유족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명예와 거금이 아니라 최소한의 예우와 지금처럼만 살 수 있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책사업을 수행하다 발생한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보상해 줄 법적 근거가 없는 게 현실.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유족에게 국가적 보상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항공대 관계자도 “외형상 학교가 참여하고는 있으나 두 교수가 개인적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인지라 학교 차원의 보상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영안실에 마련된 빈소에는 두 교수의 유족과 제자들이 지키고 있을 뿐 일반 조문객의 발길은 뜸했다. 일부 조문객은 이날 영결식이 진행되는 줄 알고 찾아왔다가 장례 절차와 미비한 보상대책 때문에 연기된 사실을 알고 씁쓸히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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