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완배/환경부의 시민단체 눈치보기

  • 입력 2004년 6월 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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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이이타이병을 둘러싼 환경부의 태도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환경부는 경남 고성군 삼산면 폐광 주변 마을의 의심환자 7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증상이 이타이이타이병일 가능성이 낮다”고 7일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환경부가 보여준 몇 가지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선 환경부가 이타이이타이병을 규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환경운동연합은 의심 환자들의 혈액과 소변에서 나온 카드뮴 농도가 일반인들보다 높다는 점을 병을 의심하는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환경부는 “카드뮴 농도만으로는 발병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발병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환경부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애매한 답만 내놓았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환경부가 시민단체에 대해 보인 태도. 7일 기자회견에서 국립환경연구원 김대선(金大善) 환경역학과장은 “그쪽(환경운동연합)에도 훌륭한 전문가들이 많다. 내일(8일) 그분들이 역학조사를 한다고 하니 그쪽 의견도 충분히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혹은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일에 대해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나 시민단체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성격이 다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심환자들의 증상이 카드뮴 중독에 의한 이타이이타이병이냐 아니냐를 밝히는 것. 이는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정부가 ‘예, 아니오’를 정확히 규명해야 할 일이지 시민단체의 의견을 살피거나 여론을 참고할 성격의 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발병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이라면 아직 이 병에 대한 연구가 그 정도로 미진한 상태에서 “병의 가능성이 낮다”고 공식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의학적 판단이다. 한 차례 역학조사를 근거로 “아닌 것 같다”며 분위기부터 잡는 것은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임을 환경부는 알아야 한다.

이완배 사회1부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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