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이야기’ 11년만에 증보판 낸 백기완소장

  • 입력 2004년 5월 13일 19시 16분


코멘트
구전돼 오는 옛이야기들을 모은 책 ‘장산곶매’를 펴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전승훈기자
구전돼 오는 옛이야기들을 모은 책 ‘장산곶매’를 펴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전승훈기자
“우리의 말과 옛이야기는 단순한 말과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문화의 어먹한(위대한) 다락(경지)입니다. 그것이 영어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세계화’라고 하는 것은 인류문화를 죽이는 막심(폭력)을 감싸는 뻔뻔스러운 사갈짓(범죄)입니다.”

원로 재야인사 백기완(白基玩·71)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우리말과 글의 아름다움, 겨레의 위대한 서사시를 담은 ‘장산곶매 이야기’(도서출판 노나메기)를 11년 만에 다시 펴냈다.

이 책은 황해도 구월산에서 사는 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고난에도 목숨을 이어나가는 무지렁이들의 강인한 삶을 담고 있다. 그가 다섯 살 때부터 열세 살 때까지 어머니에게서 직접 들었던, 구전돼오는 옛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읽다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흥겨움이 느껴진다. 그는 “원래부터 손과 발, 눈빛 등 온몸을 이용해 이야기하는 ‘말림’ 형식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들”이라며 “우리 민족의 진정한 ‘문학’은 이런 ‘제너미’(이야기)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1993년 처음 출판됐다. 백 소장은 “당시 몸이 너무 안 좋아 내가 죽으면 우리의 옛이야기가 완전히 땅에 묻힐 것 같아 서둘러 책을 만들었다”며 “평생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장산곶매’ 이야기를 해왔는데도 아직까지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지난 3년 동안 1, 2권 분량으로 완전히 새로 썼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50년대 부산 피란시절 ‘달동네’란 말을 만들어 썼으며, ‘새내기’(신입생) ‘동아리’(서클) ‘새뚝이’(문화예술적 전환의 계기) 등 독창적 우리말들을 널리 퍼뜨려왔다. 이번 책에서도 돋보이는 부분은 말미에 수록된 2000여개의 우리 낱말 사전. 옛살라비(고향) 몰개(파도) 달구름(세월) 땅별(지구) 벗나래(세상) 맞뚜레(터널)…. 그가 찾아낸 우리말은 곳곳에서 주옥처럼 빛난다.

백 소장은 2000부를 찍어 필요한 사람에게만 주문판매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말과 옛이야기의 힘, 아름다움을 알아야 할 학생이나 선생님, 작가, 언론인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노나메기 출판사. 02-762-0017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