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재야인사 백기완(白基玩·71)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우리말과 글의 아름다움, 겨레의 위대한 서사시를 담은 ‘장산곶매 이야기’(도서출판 노나메기)를 11년 만에 다시 펴냈다.
이 책은 황해도 구월산에서 사는 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고난에도 목숨을 이어나가는 무지렁이들의 강인한 삶을 담고 있다. 그가 다섯 살 때부터 열세 살 때까지 어머니에게서 직접 들었던, 구전돼오는 옛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읽다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흥겨움이 느껴진다. 그는 “원래부터 손과 발, 눈빛 등 온몸을 이용해 이야기하는 ‘말림’ 형식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들”이라며 “우리 민족의 진정한 ‘문학’은 이런 ‘제너미’(이야기)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1993년 처음 출판됐다. 백 소장은 “당시 몸이 너무 안 좋아 내가 죽으면 우리의 옛이야기가 완전히 땅에 묻힐 것 같아 서둘러 책을 만들었다”며 “평생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장산곶매’ 이야기를 해왔는데도 아직까지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지난 3년 동안 1, 2권 분량으로 완전히 새로 썼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50년대 부산 피란시절 ‘달동네’란 말을 만들어 썼으며, ‘새내기’(신입생) ‘동아리’(서클) ‘새뚝이’(문화예술적 전환의 계기) 등 독창적 우리말들을 널리 퍼뜨려왔다. 이번 책에서도 돋보이는 부분은 말미에 수록된 2000여개의 우리 낱말 사전. 옛살라비(고향) 몰개(파도) 달구름(세월) 땅별(지구) 벗나래(세상) 맞뚜레(터널)…. 그가 찾아낸 우리말은 곳곳에서 주옥처럼 빛난다.
백 소장은 2000부를 찍어 필요한 사람에게만 주문판매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말과 옛이야기의 힘, 아름다움을 알아야 할 학생이나 선생님, 작가, 언론인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노나메기 출판사. 02-762-0017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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