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넷 키우기]<6>"반드시 특목고" 다시한번 생각하길…

  • 입력 2003년 12월 2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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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이 수능 열기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편에는 특수목적고 입시라는 작은 열기가 또 하나 있었다. 수능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이 열기도 사뭇 뜨겁다.

특목고의 명성이 설립 당시보다는 퇴색되긴 했으나 특목고는 곧 명문대 가는 지름길이라는 공식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특목고에 눈독을 들인다.

그러나 왜 꼭 특목고이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뛰어나니까 특목고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사실 첫째도 과학고에 응시했다가 실패한 아픔을 갖고 있다(첫째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고 지금도 항변하지만).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아 첫째가 일반고에 진학한 걸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둘째가 이공계 적성이 뛰어난 반면 첫째는 다방면에 걸쳐 성적이 좋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무척 많았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계열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최종적으로 문과로 방향을 결정했다. 그러나 둘째는 워낙 자신의 갈 길이 분명했기 때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단순하게 이 사실만을 보더라도 과학고에 가서 둘째는 적응을 잘 할 수 있다면 첫째는 적응을 못해 방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첫째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수학 과학 분야에 적성이 남다르고 과제 집착력이 뛰어난 아이라면 과학고에 가도 된다는 것. 그러나 아이가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일반고에 가는 게 대학 입시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길인 것 같다.

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도 내신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고 본다. 물론 서울대 등에서 특목고 학생들의 불이익을 줄여나가기 위한 방안을 계속 내놓고 있긴 하다.

주위의 외국어고 입시생들을 보면 영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기초를 쌓아 중학교에 들어오면 상당한 수준이다. 외국어고 입시생들의 영어 수준이 상위 평준화되면서 외국어고에서는 수학으로 학생들의 변별력을 따지게 되었다. 이번 입시에서도 수학 지필고사를 보지 못하게 되어 있는 데도 난이도 높은 수학 시험문제지가 제시되어 외고 입시생들을 궁지에 몰아넣은 걸로 안다. 결국 외국어고에 가려면 영어 못지않게 수학실력도 쌓아야만 갈 수 있는 셈. 갈수록 부모들과 아이들은 힘이 든다.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남편과 등산을 하였다. 그동안 아이들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며 남편과의 등산길에 선뜻 동행하지 못했다. 남편과 아이들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처럼 우리 집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데 의견이 일치되었다.

둘째가 과학고에 합격하고 첫째도 2학기 수시 최종 발표만을 기다리는 중이라 아이들 마음에 상당한 여유가 생겼는지 엄마 아빠에게 제법 애교도 부리기 시작했고, 평소 첫째와 둘째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서로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우애를 회복해 가는 중이다. 입시에서 해방된 아이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이 덧붙였다.

“가정 파괴범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입시라는 녀석이 가정 파괴범이군.”

조옥남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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