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관리체제 확 바꿔야 한다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8시 22분


코멘트
정부가 주관하는 대학입시에서 출제 오류로 두 개의 정답이 인정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수능 관리의 총체적 부실뿐 아니라 공교육의 신뢰도 추락과 무책임하고 불투명한 정부시스템의 문제점까지 한꺼번에 드러낸 것이다.

어른들의 무능과 무책임, 도덕적 해이 때문에 63만 수험생들이 겪게 된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우선은 수능 재채점을 철저히 해 당초 예정된 12월 2일 성적 통지까지의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2차적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막중한 일을 지금까지 수능 관리를 잘못해 온 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올해 수능의 경우 평가원의 안일하고 미숙한 처리가 예년에 비해 심각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평가원장은 그동안 학원 강사 출신의 출제위원 선정과 오답 시비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 이번에 복수정답을 인정하면서도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래서야 앞으로 어떻게 평가원의 관리를 믿을 것이며 수능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또다시 재수생 강세가 예상되는 이번 수능은 공교육에만 의지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음을 드러낸 시험이었다. 그런데도 수능 직후 출제위원장은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출제위원들이 얼마나 공교육 실상과 괴리돼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수능 출제 관리를 잘못해 온 평가원장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평가원의 감독을 맡고 있는 교육부총리와 교육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수능 출제와 관리뿐 아니라 수능의 성격과 방법 및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시점이 됐다. 고건 국무총리가 신설 운영을 지시했다는 ‘수능 개선 기획단’이 해야 할 일도 이것이다. 정부는 대학입시에 운명을 걸다시피 한 수험생과 가족은 물론 공교육 정상화와 국가의 미래까지 감안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