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브라운 교수 “우주 이해하는건 표현할수 없는 기쁨”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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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제럴드 브라운 교수가 20일 서울대를 방문해 ‘양자 개념과 현대과학’ 과목 수강생들에게 강의했다. -강병기기자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제럴드 브라운 교수가 20일 서울대를 방문해 ‘양자 개념과 현대과학’ 과목 수강생들에게 강의했다. -강병기기자
“우주에서 생명이 탄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하면 우리가 여기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운이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뭔가를 배우면서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더욱 축복받은 일이고요.”

20일 서울대를 방문한 세계적 천체물리학자 제럴드 브라운 뉴욕 주립대 석좌교수는 77세의 나이에도 조금도 지친 기색 없이 블랙홀의 생성 과정과 질량의 근원에 관한 공식들을 칠판에 적어 내려갔다.

학생들은 노교수의 음성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브라운 교수가 서울대를 찾은 것은 이 대학 물리학과 민동필 교수의 초청으로 학부 교양과정 수강생들과 그의 이론과 생애, 물리학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기 때문.

그는 “여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며 “젊어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1950년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영국 버밍엄, 유럽 닐스 보어 연구소, 미 프린스턴대를 거쳐 1968년부터 뉴욕 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에 재직 중인 브라운 교수는 고 이휘소 박사, 노만규(盧萬圭·65) 프랑스 국립기초과학연구소 교수 등 많은 한국인 학자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노 교수와는 고온 고밀도 환경에서 질량의 소멸과정을 밝히는 ‘브라운-로(Brown-Rho Scaling) 이론’을 함께 개발해 물질의 질량이 어디서 왔는가를 밝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말은 한마디도 못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 학자보다 한국 출신 학자들과 깊은 인연을 맺어 왔다”며 “한국 학생들은 매우 영특하고 성실해 탁월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브라운 교수는 “세계적으로 기초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성인을 높이 평가하는 한국 과학의 미래는 긍정적”이라며 “이곳 대학원생들은 세계 어느 곳의 학생들보다도 훌륭하므로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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