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지하철 생존자 "광고판 불빛보고 대피 "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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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의 생존자 10명 중 9명이 전동차에 불이 난 사실을 알고도 현장에서 기다리거나 외부와 연락을 취하는 등 신속하게 대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경북대 건축공학과 홍원화(洪元和) 교수에 따르면 최근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 부상자 등 146명을 대상으로 화재사실을 안 뒤 어떤 행동을 했느냐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48%는 ‘기다렸다’, 20%는 ‘외부와 휴대전화 등으로 연락을 취했다’고 응답했다.

이어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16%, ‘기타 행동을 취했다’는 9%로 나타났으며 ‘곧바로 대피했다’는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또 대피 수단으로는 51%가 ‘전동차 벽을 더듬으며 움직였다’고 응답했고 ‘앞사람의 옷을 잡았다’ 21%, ‘혼자서 알아 움직였다’ 18%, ‘전동차 내 손잡이를 이용했다’ 3% 등으로 나타나 전동차와 지하역사 내에 피난 유도 라인 설치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49%는 피난도중 가장 도움을 준 것으로 광고판 불빛, 플래시 불빛 등이라고 밝혔고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20%,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의 도움을 받았다’ 13% 순으로 지적했다.

피난을 결심하게 된 원인으로는 연기(41%)와 안내방송(32%) 순으로 응답했고 피난 때 가장 방해가 된 것으로는 시야장애(32%)를 꼽았다.

이밖에 지하철 내 비상 유도등에 대해서는 불과 6%만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화재 당시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홍 교수는 “화재 등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 지하철 설계 단계에서부터 승객의 안전한 피난을 위한 대피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은 물론 지하 공간 특성에 맞는 과학적인 구조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열린 대한건축학회의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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