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으로 돌연변이 붕어 늘었다

  • 입력 2003년 10월 2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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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의 영향으로 몸 안에 이성(異性) 생식세포가 생겨난 어류가 20마리 중 1마리 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호르몬이란 생물체 내의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방해해 생식 이상, 기형, 각종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DDT 등 농약류, 페놀 등 산업용 화학물질, 다이옥신 등 소각장 부산물,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전국 20개 지점에서 800마리의 붕어를 채취해 환경호르몬의 생태영향을 조사, 분석한 결과 12개 지점 38마리(4.8%)에서 생식 이상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어류 뿐 아니라 인간 등 포유류도 대기와 토양, 하천에 남아있는 화학물질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붕어의 생식세포를 4등분해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수컷에서 암컷의 난모세포가, 암컷에서 수컷의 정소조직이 발견되는 등 자웅동체(雌雄同體)의 징후가 나타난 개체가 38마리에 달했다.

영산강 수계인 전남 나주시 남산동 나주교 주변에서는 40마리 가운데 7마리(17.5), 태화강 수계 경남 울산시 명촌동 명촌대교 지점에서는 40마리 중 6마리(15%)가 이성 생식세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소개구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00마리 중 6마리(0.8%)에서 이성 생식세포가 관찰됐다.

이 같은 비율은 2001~2002년 조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붕어와 황소개구리가 각각 0.4%, 0.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연구원은 이에 대해 "과거와는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분석기법이 보다 정교해져 이성 생식세포 출현율이 높아졌으며 외국의 비 오염지역에서도 어류는 4~18%, 양서류는 2~4%가 이성 생식세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며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그러나 오염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인 다이옥신 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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