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년’ 살해범 끝내 못잡나…유골발견 1년째 미궁

  • 입력 2003년 9월 24일 18시 31분


코멘트
‘개구리 소년 5명의 죽음은 끝내 미스터리로 남을 것인가.’

대구 와룡산에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개구리 소년’ 5명의 유골이 발견된 지 26일로 만 1년이 되지만 살해 경위와 원인 등 숱한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아이들의 넋을 달래기 전까지는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며 유골과 유품 등을 경북대 법의학교실 연구소에 놓아둔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족들은 수사에 진전이 없자 초동수사 부실 등을 이유로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91년 3월 소년들이 실종될 당시 경찰이 단순 가출 사건으로 단정해 수사를 소홀히 한 데 이어 지난해 유골 발견 당시 현장을 훼손하고 사인(死因)을 ‘저체온사’로 단정하는 등 허점을 드러낸 수사로 인해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유족 대표들은 25일 청와대 민원실을 방문,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전면적인 재수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김영규(金榮奎·실종 당시 10세)군의 아버지 김현도(金鉉道·59)씨는 “구천을 떠돌고 있을 아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범인을 잡아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면서 “대통령을 만나 12년여 동안 한 맺힌 유족들의 심정을 전하고 철저한 재수사를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개구리 소년들이 예리한 흉기로 살해됐다’는 경북대 법의학팀의 감정 결과에 따라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6일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뒤 수사본부로 하루 3, 4건씩 들어오던 제보와 신고도 최근에는 뜸해지는 등 일반인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의 전언.

경찰은 전담수사반 46명을 20명으로 축소해 수사본부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영구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이후 연인원 1만5000여명을 투입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으며 각종 신고와 제보 215건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