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방금융경제 동향]수도권 제조업 '추락'

  • 입력 2003년 8월 21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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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변 공장치고 제대로 돌아가는 곳 없어요. 여기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송도의 집값은 뛴다던데….”

인천 서구 석남공단에서 가스보일러 및 정밀기계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이젠텍 김재우(金載佑·41) 사장의 푸념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이 회사의 가동률은 1월에 비해 30%가량 낮아졌다. 몇 년 전부터 중국에 보일러 부품을 수출해 왔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현지 업체들이 같은 제품을 내놓으면서 수출물량이 2년 전의 5분의 1로 줄었다.

한국 전체 제조업 생산의 38%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 등 수도권의 제조업 경기가 급속히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최근 지방금융경제 동향’에 따르면 1·4분기(1∼3월)에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던 수도권의 제조업 생산은 2·4분기(4∼6월) 들어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非)수도권의 제조업 생산활동 증가율도 2·4분기 6.5%로 1·4분기(8.4%)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제조업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것.

수도권의 실업률은 1·4분기 3.6%에서 3.3%로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3.0%에서 2.8%로 떨어진 비수도권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팀의 임윤상(林潤相) 과장은 “서울의 주력 업종인 봉제의복(―14.9%), 출판인쇄(―14.2%) 등 내수 제조업이 감소세를 보인 데다 인천, 경기지역의 공장들이 중국으로 생산기반을 옮겨 가면서 수도권의 제조업 생산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수출산업의 비중이 높은 영남지역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대구·경북권은 반도체산업의 호조에 힘입어 제조업 생산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4% 증가했다. 1·4분기 9.5%에 못 미친 이유는 대구를 중심으로 한 섬유제품의 부진 때문이었다.

부산·울산·경남권은 자동차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신발산업 등의 부진으로 1·4분기 9.5%에서 2·4분기 6.6%로 증가율이 낮아졌다.

이 밖에 대전·충청권은 1·4분기 9.2%에서 2·4분기 7.4%로 낮아졌으며 광주·전라권은 중국에 대한 화학제품 수출이 호조를 띠며 1.7%에서 3.9%로 성장률이 높아졌다.

제조업 생산은 수도권이 많이 줄었지만 소비는 오히려 비수도권이 더 위축됐다.

소비지표인 대형소매점의 판매액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수도권이 1·4분기(1.6%)보다는 낮지만 2·4분기(1.0%)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비수도권은 같은 기간 6.0% 성장에서 ―0.8%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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