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부속실장 향응 파문]청와대 ‘내식구 감싸기’ 禍키워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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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직원들의 기강해이 사태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데도 청와대의 감시시스템이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5월 미국 방문 중 청와대 당직실 전화 불통 사례에 이어 정책실 비서관들의 새만금 소방헬기 시찰 사건, 국가정보원 간부 사진 노출 사건, 양길승(梁吉承) 대통령 제1부속실장의 향응 접대 파문 등 사고가 속출하는데도 청와대가 ‘온정주의적’ 사태 해결방식으로 일관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민정수석실 감시시스템 ‘구멍’=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다잡는 민정수석실의 초기 대응 방법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민정수석실은 6월 24일 정책실 직원들의 ‘새만금 소방헬기 시찰사건’(6월 6일 발생)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내용을 파악하고도 연루된 비서관과 팀장급 9명에게 주의를 하는 데 그쳤다.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였다. 청와대는 당시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으며 언론보도 후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비서관급 3명의 사표를 수리하는 형식으로 사태를 무마했다.

향응 접대 파문에 연루된 양 실장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청와대의 ‘아마추어’적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 새만금 소방헬기 시찰 문제로 공직자 기강문제가 강조되던 시점에 이 문제가 내부적으로 포착됐는데도 당사자의 해명만을 근거로 ‘단순 음주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청와대는 5월 노 대통령 방미기간 중 발생한 비서실 당직자 전화불통 사건에 대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처방안을 모색하기보다 내부 발설자가 누군지를 색출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정원 간부사진 노출사건 때도 책임자 처벌 없이 전속사진사만 경질시켜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을 받았다.

▽비서실장 대통령에게도 보고 않는 시스템=새만금 소방헬기 시찰과 양 실장의 향응 접대 건은 모두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까지만 보고됐을 뿐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는 노 대통령이 상황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이번 경우는 아예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았고 윤리담당관인 이호철(李鎬喆) 민정1비서관이 구두로 경고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문 실장의 상황 판단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 해이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면 유야무야 묻혀 지나갔을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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