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엄마들…전철서 아이에 젖물리기

  • 입력 2003년 8월 1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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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모유 먹이기 퍼포먼스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1일 오후 지하철6호선 전동차에서 내일여성센터 모임 '탁틴맘' 주최로 열린 2003 엄마젖 먹이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기엄마들이  엄마젖을 먹이며 모유수유공간 확보를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연합]
지하철에서 모유 먹이기 퍼포먼스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1일 오후 지하철6호선 전동차에서 내일여성센터 모임 '탁틴맘' 주최로 열린 2003 엄마젖 먹이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기엄마들이 엄마젖을 먹이며 모유수유공간 확보를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연합]
1일 오후 2시경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승강장에서 젖먹이를 안은 엄마 수십 명이 월드컵공원행 차량에 올라탔다.

이들이 탄 차량은 취재진도 동승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출퇴근 때처럼 북새통이 돼 일반 승객들은 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엄마들의 차림은 한결같았다. 커다란 천의 양쪽 끝을 고리로 연결해 아기를 업거나 안을 수 있는 포대기인 '슬링'과 단출한 가방이 전부였다.

분유를 먹일 경우 필요한 보온병과 젖병, 분유통 등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자리를 잡자마자 보채는 아기들에게 젖을 물렸다. 사진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지만 쑥스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기들도 엄마 젖을 물자 이내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배가 고프지 않은 아기들은 잠을 자거나 엄마 품에서 재롱을 부렸다.

이날 행사는 여성부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내일여성센터 산하 '탁틴맘'이 세계 모유수유연맹이 정한 세계 모유수유주간(1~7일)을 맞아 대중교통수단에서도 엄마 젖을 먹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달라고 벌인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탁틴맘은 '탁 트인 엄마 또는 마음'의 줄임말로 임산부에게 기체조 등을 가르치는 곳이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충남 천안에서 올라온 주부 김기선씨(金基羨·30)는 "3개월 된 아기와 나들이하면 젖먹이는 게 너무 힘들다"며 "아침에 타고 온 새마을호 유아동반실에는 기저귀를 가는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 모유 수유율이 1985년 59%에서 2001년 16%로 줄었다고 집계했다. 미국 52%와 유럽 평균 70% 등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모유 수유율이 낮은 것은 분유회사의 공세와 근거 없는 미용상 이유 등도 있지만 집 밖이나 직장에서 엄마 젖을 먹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있지 않다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탁틴맘이 서울 경기 대전 등의 36개월 미만의 아기를 둔 부모와 임산부 등 4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엄마 젖을 먹이기가 가장 어려운 곳으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꼽은 비율이 73.3%에 이르렀다.

같은 조사에서 직장에서 젖을 짜는 장소로는 △탈의실 25% △휴게실 17% △화장실 12% 등의 순이었다.

직장여성인 윤보영씨(尹寶永·32)씨는 "출산휴가가 끝나 복귀하면 회사에서 젖을 짜서 나중에 아기에게 먹일 생각이지만 현재 회사에는 편안하게 젖을 짜놓을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는 이날 서울 동작구 대방동 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2003 엄마젖 최고! 대국민 홍보 작품공모전 시상식'과 '세계 모유수유주간 기념 새내기 부모 문화축제' 등 모유수유 활성화를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열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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