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살아남아 죄송합니다” 평택서 서해교전 전적비 제막식

  • 입력 2003년 6월 2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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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29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6명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전적비가 24일 경기 평택항의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제막됐다.

이날 제막식에는 조영길(曺永吉) 국방부장관, 문정일(文言+正一) 해군참모총장 등 군 주요 지휘관과 전사자 유가족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조 장관은 추도사에서 “참수리 357호 장병들은 북한경비정의 기습공격으로 정장이 전사한 상황에서도 일사불란하게 대응해 적을 격퇴하고 북방한계선을 사수했다”면서 “불굴의 전투의지와 뜨거운 전우애는 우리 군의 귀감이며 국군의 역사와 더불어 길이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길이 11.6m, 폭 6m, 높이 13m 크기의 화강석과 청동으로 만들어진 전적비는 해군 함정들이 편대를 이뤄 바다를 지키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전적비 앞뒷면에는 청동부조로 손발이 잘리는 순간에도 방아쇠를 놓지 않았던 357호 장병들의 전투 장면과 전사자 6명의 얼굴이 새겨져있다. 또 “포연탄우(砲煙彈雨)속에서도 임전무퇴의 기상을 발휘해 조국의 바다를 끝까지 지킨 2함대 장병들의 숭고한 감투정신과 빛나는 무훈을 민족의 가슴에 깊이 새기고, 산화한 젊은 영령들의 전공을 높이 기리고자 전적비를 세운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전적비에 새겨진 전사자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오열했다.

교전 당시 오른쪽 다리를 잃고 1년간의 재활치료를 받은 뒤 최근 현역으로 복귀한 이희완(李凞玩) 중위 등 부상자들도 전적비 앞에서 전사한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 중위는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함장님, 죄송합니다. 저만 이렇게 살아남아서…”라고 말한 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과 장병들은 제막식이 끝난 뒤 전적비 옆에 전시 중인 고속정 참수리 357호의 무수한 탄흔을 보며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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