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大亂]"공터도 꽉차…이틀내 가동중단" 비명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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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이 계속되면서 전국의 공단에 입주한 제조업체들은 수출화물이 출하되지 못하고 원자재 반입이 늦어져 가동중단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앞으로 2, 3일이 공장 가동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고비가 될 것이라며 당국의 적극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창원공단=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동 LG전자 창원공장. 1200여개 입주업체 가운데 최대규모인 이 공장 내 일반건물 5층 높이의 물류창고에는 유럽과 미주로 나갈 전자제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3월 이후 하루 평균 300여개의 컨테이너를 부산항으로 출하했으나 10일 이후 종전의 10%선인 40여개만 철도로 부산항까지 수송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간부는 “물류창고가 가득 차면 회사 내 공터에 완제품을 야적할 계획이지만 이마저 한계가 있다”며 “이번 주 안에 부산항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잔업중단은 물론 정상 가동마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적 지체로 인한 직접 피해도 막대하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신뢰 상실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다른 입주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매달 중순 이후 수출물량을 부산항으로 수송하는 창원공단 내 D기계는 다음주 중 유럽과 미국에 수출할 100여개의 컨테이너를 예정대로 선적할 수 있을지 (파업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울산공단=이날 오후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태광산업 울산공장에도 부산항 마비사태로 중국에 수출할 아크릴(담요원료)이 반출되지 못해 가득 쌓여 있었다. 이 회사 간부는 “2, 3일 뒤에도 수출용 화물을 반출하지 못하면 공장 안에 여유 부지가 없어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1년 7, 8월 두 달간 노조가 ‘정리해고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벌였을 때도 업종의 특성상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액체화된 화섬원료가 배관을 따라 수송돼 가동을 멈추기 위해서는 약 15일간 공회전(空回轉)시키며 배관안의 원료를 모두 빼내야 하고 재가동 때도 배관에 쌓인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가동까지 다시 한달가량 소요되기 때문.

이에 따라 태광산업은 매년 6월에 실시하는 일주일간의 정기보수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효성 언양공장은 부산항을 통한 수출입이 마비돼 이번 주까지 파업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역시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 수출입 물량의 70%를 부산항을 통해 내보내는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SK케미칼㈜도 하루 500∼600t의 수출물량이 자체 창고에 쌓이고 있다.

▽부산 녹산공단=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공단 내 신발제조업체 ㈜신세영화성은 이날 파업사태로 원자재가 바닥나 생산을 중단한 지 3일 만에 조업을 재개했다. 컨테이너 운송 계약을 한 운송회사측에 사정해 13일 저녁 가까스로 컨테이너 1대 분량의 원자재를 빼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동근 사장(50)은 “16일까지 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또다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한숨지었다.

이 공단 내 1000여개의 다른 제조업체도 사정이 비슷했다. 이 때문에 공단 내 도로는 대형 트럭 및 컨테이너차량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가끔 승용차와 적재함이 텅 빈 소형 트럭 몇 대 만이 지나다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부산=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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