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명아주 지팡이' 기사에 전국서 애틋한 사연

  • 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59분


코멘트
어버이날인 8일 오후 박정호씨가 명아주를 심은 텃밭에 거름을 주고 있다. 그는 “좋은 지팡이가 나오도록 정성껏 가꾸겠다”고 말했다. -칠곡=이권효기자
어버이날인 8일 오후 박정호씨가 명아주를 심은 텃밭에 거름을 주고 있다. 그는 “좋은 지팡이가 나오도록 정성껏 가꾸겠다”고 말했다. -칠곡=이권효기자
《그것을 하나의 신드롬이라고도 할 만했다. 명아주 신드롬. 노인들에게 명아주 지팡이(청려장·靑藜杖)를 무료로 나눠주는 경북 칠곡군 동명면 대구시립가족묘지 관리인 박정호(朴丁浩· 49)씨의 사연이 보도되자 박씨에게는 연일 전국 각지에서 전화와 사연이 쏟아지고 있다.》

30대 주부에서 60대 노인까지 100여명의 독자들이 보낸 이 사연들은 “명아주 지팡이 기사를 읽고 너무 가슴에 와 닿았으며 그 지팡이를 부모님께 드리고 싶다”는 간곡한 내용들이었다. 이 같은 반응들은 이 기사가 핵가족 시대의 자식들이 너나없이 부모에 대해 갖고 있는 마음의 빚을 자극해 부모를 모시는 정성과 효도 문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82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남궁청만씨(40·서울 종로구 숭인2동)는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께서 가족 외출 때 ‘너희끼리 다녀오너라’고 할 때도 지팡이가 무거워 그랬다는 것을 제 때 알아채지 못했다”며 “7남매를 키우면서 고생을 해 몸이 불편해졌는데 자식으로서 지팡이 하나 제대로 못해줬다”고 ‘불효의 심정’을 토로했다.

대전 둔산동에 사는 주부 박현경씨(34)는 “6·25전쟁 때 다리를 다친 친정아버지(74·경북 포항시)를 자주 찾아뵙지 못해 늘 마음에 걸렸다”며 “친정아버지에게 명아주 지팡이를 꼭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는 백승구씨(48·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75세 노모와 함께 살면서 그동안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반성을 많이 했다”며 “명아주 지팡이 기사를 읽고 난 뒤 어머니의 지팡이를 살펴보니 무거워 불편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경기 성남시에 사는 이일두씨(66)는 “서울에 계시는 81세의 어머니께서 평소 지팡이가 무겁고 불편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예사로 들었다”며 “청려장을 드리면 어머니의 짐을 훨씬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60대 노인은 80대 부모님께 꼭 드려야겠다면서 박씨를 직접 찾아와 명아주 지팡이 2개를 받아갔으며,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만희씨(45)는 “동대문구에 사는 모든 노인들에게 하나씩 선물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명아주 이야기가 무척 정겨웠다는 박종주씨(82·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오래전부터 아내(79)에게 명아주 지팡이를 선물하고 싶었는데 아직 실천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꼭 남편의 도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명아주 싹이 돋아난 텃밭에서 거름을 뿌리던 박씨는 “청려장이 필요한 어른들이 많은 것 같아 정성껏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만들어 연락을 주신 분들이 자식노릇을 잘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칠곡=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