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사적지 제374호 인각사 '극락전' 붕괴위기

  • 입력 2003년 4월 29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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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에 있는 인각사(麟角寺·사적지 제374호)의 대웅전 역할을 하는 극락전이 허물어질 위기에 놓여있다.

조선 숙종 대 중창한 극락전은 고려시대 건물로 추정되는 인각사의 중심 건축물.

29일 본보 확인 결과 극락전 건물 전체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좌우로 비틀려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정도였다.

이 때문에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활주(보조기둥)가 한쪽으로 쏠리고 마루는 내려앉고 있다. 건물이 뒤틀리면서 극락전 내부 천장의 판자가 떨어져 구멍이 나는 바람에 불상 위로 비가 새는 지경이다.

극락전에 있는 아미타삼존불좌상은 사료조사가 이뤄질 경우 인각사 중창 당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추정되는 불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북도와 군위군은 ‘해체보수가 시급하다’는 입장만 인각사에 전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않고 손을 놓고 있다. 문화재청은 “극락전은 지정문화재가 아니므로 해당 지자체에서 보수할 것”이라는 공문만 인각사측에 보내왔다.

경북도는 지난해 12월 인각사 측의 요청으로 극락전에 대한 정밀진단을 했다. 경북도는 “상부하중 불균형으로 건물의 비틀림 현상이 진행되고 추녀가 처지고 있어 극락전은 전면 해체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찰 측이 보강을 하라”는 진단결과를 군위군에 통보했다.

경북도의 통보를 받은 군위군은 이 공문을 그대로 인각사 측에 보냈다.

신라 선덕왕 11년(642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인각사는 고려 충렬왕 10년(1284년) 보각국사 일연(一然) 스님이 중창한 뒤 이 곳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했다. 인각사에는 보물 428호로 지정된 ‘보각국사 정조지탑’을 비롯해 3층 석탑 등 문화재가 남아있다. 규장각에 보관 중인 ‘삼국유사’ 1∼5권은 10일 국보로 지정됐다.

극락전을 해체 보수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4억원 가량. 군위군 관계자는 “인각사 종합정비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극락전 보수비용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당장 대책을 세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각사 상인(常仁) 주지스님은 “하루가 다르게 극락전의 비틀림이 심해져 관광객의 출입을 막고 있다”며 “인각사 전체가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적지이므로 극락전도 국가문화재 차원에서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위=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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