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합법화 전에 한총련부터 변해야

  • 입력 2003년 3월 17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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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단체인 한총련의 법적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는 한총련이 이적(利敵)단체 강령과 주장을 버리지 않는 실정에서 민감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대로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한총련을 합법화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한총련이 시대에 맞게 이적단체 주장을 포기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한총련은 남한을 ‘미제국주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혁명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을 계속했고 이에 따라 대법원도 97년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한총련이 먼저 변해야만 검찰과 사법부의 판단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93년 전대협을 모체로 출범한 한총련은 96년 화염병을 사용해 과격한 시위를 벌여 인명살상 행위를 하는 등 여론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한총련이 합법화를 들고 나오기 이전에 비폭력 운동을 실천해 대중적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국민의 인식을 바꿔놓는 데 한총련이라는 이름이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하게 지금의 조직을 해체하고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방법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총련 수배자 170여명이 수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하며 겪는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한총련 산하 대학에서 당선된 학생회장이 한때 자동적으로 이적단체의 대의원이 돼 수배를 받았던 현실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수배자가 체포돼 한총련 탈퇴서를 쓰면 기소유예로 풀려나는 마당에 한총련이 변신하고 수배자들이 자숙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법적 관용을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경실련 등에서도 한총련의 변화를 전제로 합법화를 건의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의 언명을 계기로 한총련 학생들과 사법당국 그리고 국민 사이에 시대의 변화에 맞는 학생운동의 방향과 법적 처리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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