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긴급진단]<5·끝>경찰수사권 독립

  • 입력 2003년 1월 19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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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시스템 개혁을 위한 핵심 과제 중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및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을 주면 어떤 변화가 올까.

▼연재물 목록 ▼
- <4>검사동일체 원칙 폐지
- <3>인사위원회 개편
- <2>특별검사제
- <1>공직비리조사처 설치

우선 경찰 조서의 증거능력이 보장되므로 경찰과 검찰에서 이중으로 조사받는 피의자와 피해자의 고통이 줄어든다. 사망의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변사자(變死者)의 검시(檢屍)도 빨라져 3일 안에 장례를 치러야 하는 유족들의 불편도 줄어든다. 특히 긴급 체포된 피의자가 무혐의로 판명났을 때 검사의 석방지휘를 받느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석방될 수 있다.

수사 효율을 높이고 사건 관계인들의 불편을 줄인다는 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경찰은 이를 집중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역작용이 클 수도 있다. 먼저 검찰은 경찰이 감시자 없이 수사를 시작해 피의자를 체포하고 풀어줄 경우 적잖은 인권침해가 우려된다고 강조한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는 연간 130여만건의 형사사건 가운데 6만∼7만건은 경찰의 처리 의견이 뒤바뀐다. 검사의 지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수치라는 게 검찰의 주장.

또 변사자의 검시가 잘못돼 피살(被殺)사건이 단순 사고로 처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 등으로 처리한 사건 중 검찰에서 살인사건으로 뒤늦게 밝혀지는 사건은 매년 10∼15건. 1994년 이유 없는 무차별 살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존파 사건’도 경찰은 당초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었다.

따라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부작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확실히 마련된 뒤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학계나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내·외부 감찰이 강화돼야 하고, 피의자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경찰을 검찰의 지휘를 받는 사법경찰과 지휘를 받지 않는 행정경찰로 이원화하는 것도 선행조건 중 하나다.

서울대 법대 조국(曺國)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며 “그러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경찰이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등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해결된 뒤 이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도 선(先) 자치경찰제 도입 후(後) 경찰 수사권 독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도 이런 점을 의식해 현재 ‘완전한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장청구권이나 수사 종결권 등은 지금처럼 검찰이 갖되 상하관계인 검찰과 경찰의 지위를 동등한 협력관계로 바꾸고 경미한 사건은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지 말라는 것.

검찰은 그러나 이 정도의 수사권 독립은 사실상 현재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공안사건이나 사회적 관심을 끄는 중범죄가 아닌 한 검찰은 경찰이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송치할 때까지 특별한 수사지휘를 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자백사건의 80∼90%는 검찰에서 추가 조사 없이 곧바로 재판에 회부한다는 것.

다만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거나(전체사건의 5% 차지) 자백했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한 사건(자백사건의 10∼20% 차지)은 검사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재판에 회부한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경찰의 자체 개혁이 선행된 뒤 점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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