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교육'도 사교육으로…과학실험-봉사활동까지 과외

  • 입력 2002년 12월 5일 18시 31분


‘시험 기계’를 양성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설학원들이 최근 ‘전인(全人)교육’을 새로운 과외상품으로 들고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언뜻 보면 ‘탈(脫)입시’를 내세우는 것 같지만 결국은 공교육의 마지막 고유영역으로 인식돼 온 전인교육마저 사교육에 의해 선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창조적 학습능력을 중시하는 7차교육과정이 올해부터 고교 과정에 도입된 데다 수능시험에서도 고난도 사고력을 요구하는 신경향의 문제가 많았던 터라 결국엔 ‘입시지향형 전인교육’을 조장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체험학습 열풍〓중고교생 대상 사회탐구전문 ‘원인학원’은 수강생들에게 대치동 일대 지도를 직접 제작토록 하고 있다. ‘묘청의 난’같은 테마를 정해 해당 시대의 인물들 중 누가 정당했는가에 대한 ‘역사재판’을 비롯해 이라크사태와 미군문제 등 시사문제를 토론하기도 했다. 주식시세표를 교재로 주식시장과 금리변동의 관계를 ‘실전’처럼 학습한다.

이 학원 손빈 원장은 “심화 선택과목이 많아지는 2005학년도 수능부터는 새 교육과정에 맞는 다양한 신경향문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첫 수업을 시작한 강남구 대치동의 ‘과학영재원’은 초등생들에게 교과서와 참고서에 나오는 150여가지 실험을 빠짐없이 실습하게 한 뒤 과학일지를 쓰게 한다. 공교육 기관에선 꿈도 꾸기 어려운 학습방식이다.

이 밖에 ‘독서토론’ 전문 학원을 비롯해 대치동 압구정동 잠원동 일대에는 최근 20여개의 ‘전인교육 지향형’ 학원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학원 가운데 일부는 돈으로 봉사활동 점수를 사는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A수학학원의 경우 13만원인 수강료의 일정액을 적립, 대한사회복지회에 기부하고 있다. 기부금을 내면 추후 내신성적에 봉사활동 점수가 가산되는 점을 이용해 봉사활동의 참뜻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것.

▽공교육은 속수무책?〓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의 전인성(全人性) 함양과 창조적 자율학습을 강조하는 7차교육과정을 2000년 초등학교에, 올해부터는 고등학교에 도입했다. ‘교과서 중심학습을 탈피한다’는 교육목표를 제시해 자율과 창의성을 키우도록 한 것. 그러나 교육부의 이 같은 목표에 대한 일선학교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우선 20평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각 학교의 실험실습실로는 체험교육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 서울 A고 1학년 주임교사는 “토론수업을 할 소강당 등이 없어 토론장을 만들기 위해 의자배치를 하는 데만 10분 이상을 허비한다”며 “특히 내년부터 학생선택과목제가 도입돼 학생들이 특정 체험 탐구 과목에 몰려들 경우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없어 시행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박제윤(朴濟允) 연구관은 “4500여명의 전담 장학협의단을 투입해 일선학교의 ‘적응’에 힘을 쏟고 있으며 교사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시행초기의 문제점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7차 교육과정 시행시기
구분20002001200220032004
초등학교초1,2초3,4초5,6--
중학교-중1중2중3-
고등학교--고1고2고3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