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획책' 누명 벗을듯…DJ 내란음모 20명 재심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8시 10분


1980년 전두환(全斗煥) 당시 보안사령관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 ‘내란 음모자’로 몰려 억울하게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주역들이 22년만에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할 전망이다.

이번에 재심을 받는 인사들은 민주당의 이해찬(李海瓚) 설훈(薛勳) 김상현(金相賢) 의원과 한완상(韓完相) 전 부총리, 한승헌(韓勝憲) 전 감사원장, 소설가 이호철(李浩哲) 송기원(宋基原), 시인 고은(高銀)씨 등 모두 20명. 이 가운데 문익환(文益煥) 목사, 언론인 송건호(宋建鎬)씨 등 6명은 이미 세상을 떴다.

80년 당시 내란음모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번 재심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정치적 신분과 사법부에 대한 부담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자체에 대한 재심이라는 점에서 무죄로 판명날 경우 김 대통령 역시 사실상 명예를 회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법원은 재심을 통해 한화갑(韓和甲) 민주당 대표와 김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 등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연루자 6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는 당시 계엄령 포고령 위반이라는 곁가지에 관한 것이지 사건 본류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번 재판은 별다른 쟁점이 없는 데다 검찰 역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또 신군부 세력이 ‘폭도들의 반란’으로 몰아붙였던 80년 광주사태가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재정립된데다 ‘구국의 결단’이라고 주장했던 ‘12·12 및 5·18 사건’은 이미 법원에서 군권을 잡기 위한 군사반란과 정권을 잡기 위한 내란으로 각각 규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심을 통한 이들의 무죄 판결은 한 차례 정도의 공판을 더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 전봉진(全峯進)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20명이나 되지만 재판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연말쯤에는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김대중 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민중을 선동해 일으킨 봉기’로 조작한 사건이다.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는 80년 5월 18일 비상계엄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김 대통령과 고 문 목사 등 20여명을 사회 불안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연행, 내란음모 사건을 날조한 뒤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그 후 군사재판을 거쳐 대법원에서 김 대통령에게는 사형이, 문 목사 등 나머지 관련자들에게는 징역 15년 이하의 중형이 선고됐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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