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교육]“대학이 장애인 시설 모범돼야”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24분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대학이 모범이 돼야 하는데….”

경북 경산시 대구대에 다니는 지체장애인 원치영(元致永·24·언론매체학과 4년)씨. 그는 휠체어를 타는 서울 숭실대생 박지주(朴志珠·31)씨가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학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승소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이번 판결이 대학에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의 대학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반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씨는 그나마 ‘장애학생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각종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대구대의 경우 화장실, 샤워장, 강의실 등으로 이동,공부하는 데 별다른 ‘장애’가 없으며 강의실마다 휠체어에 적합한 장애인 전용 책상이 서너개씩 갖춰져 있다. 또 대학측은 최근 캠퍼스 안에 있는 높이 1∼2㎝의 도로 턱 80여군데도 평평하게 다듬었다.

이 때문에 원씨는 방학중인데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대학 밖에 나가면 계단과 함께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건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인도와 횡단보도가 이어지는 부분에 턱이 3㎝만 되도 휠체어가 걸려 넘어질 수 있어요.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는 것도 부담스럽고요. 대학에서조차 그렇다면 장애인이 설 곳은 정말 없어집니다.”

대학 기숙사에 생활하는 장애학생 60여명중 절반인 30명은 원씨처럼 방학인데도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 있다.

장애인 특례로 입학한 장용희(張龍喜·22·행정학과 3년)씨도 집이 학교 근처인 대구시내 이지만 학교에서 일본어 강좌 수강 등을 하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다.

“일본어 학원에 다니고 싶었지만 시내에 있는 학원에 휠체어는 접근이 불가능해요. 엘리베이트도 없는데다 계단만 있는 곳이 대부분이예요. 편의시설만 갖춰지면 우리도 장애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단 앞에서 휠체어가 마주서면 건널 수 없는 강 앞에 서는 느낌이예요. 학교 밖에서 휠체어가 넘어져도 ‘도와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기 전에는 무관심한 사람이 많고요.”

장씨 역시 “전국의 대학부터 장애인 편의 시설을 제대로 갖춰 사회의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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