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씨 구속기소]매달 5000만원 월급처럼 받아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29분



김홍업(金弘業) 전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은 국가정보원과 현대 삼성 등 대기업에서 22억8500만원을 활동비와 용돈 등의 명목으로 받은 사실이 10일 기소단계에서 밝혀졌다.

검찰은 이 돈에 대해 증여세 포탈 이외에는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지었지만 돈의 성격과 주고받은 경위와 관련해 의문점이 적지 않아 앞으로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업씨는 받은 돈을 한동안 보관했다가 수표로 바꿔 사용하는 등 철저하게 세탁해 사용했다.

▽대기업 ‘활동비’ 등 22억원 수수〓홍업씨가 현대그룹에서 받은 활동비는 모두 16억원. 98년 7월 10억원을 10만원권 헌 수표 1만장으로 받은 것을 시작으로 99년 3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매달 현금 5000만원씩을 아예 ‘월급’처럼 받았다.

99년 12월에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 김모씨에게서 같은 명목으로 5억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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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현대의 경우 고(故)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개인 돈을, 삼성은 회사 운영자금을 홍업씨에게 ‘자발적으로’ 건넸으나 이를 정치자금으로 볼 수는 없으며 대가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이용한 홍업씨의 행태는 97년 5월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와 거의 유사해 홍업씨가 청탁과 함께 대가성이 있는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현철씨는 93년 말∼96년 말 이성호(李晟豪) 전 대호건설 사장과 김덕영(金德永) 두양그룹 회장 등 기업인 6명에게서 청탁과 함께 32억20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66억1000만원을 받아 차명으로 관리하며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었다.

▽국정원장의 거액 ‘용돈’〓검찰은 홍업씨가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임동원(林東源·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 전 국가정보원장과 신건(辛建) 국정원장에게서 명절 떡값과 휴가비, 용돈 등의 명목으로 모두 35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과 홍업씨의 돈거래에서 별다른 비리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돈을 주고받은 당사자들이 모두 떡값이나 용돈 등 ‘대가성 없는’ 돈이라고 진술하는 데다 건네진 돈도 국정원 공금이 아닌 개인에게 지급된 돈을 수표로 바꿔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국정원장 개인 월급이나 판공비로 한번에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르는 큰돈을 홍업씨에게 용돈으로 건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검찰이 임 전 원장과 신 원장의 해명만 믿고 이들에 대한 조사를 서면조사로 끝낸 것도 문제가 있다.

국정원이 아태재단에 5000만원을 주고 매입했다는 남북경제교류 관련 연구보고서 역시 정보통신부에 무료 배포된 것으로 돈을 주고 구입할 가치가 없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과 아태재단 사이의 ‘정상적인 거래’로 결론을 내려 국정원과 아태재단에 대한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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