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정권 반대 군인 국립묘지 왜 못가나"

  • 입력 2002년 5월 7일 18시 38분


대령 출신으로 2월 사망한 우덕주(禹德疇·당시 80세)씨는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채 현재 시신이 국립묘지 임시 안치소에 안치돼 있다.

우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육군본부 정보참모부 기획관리과장으로 있던 1965년 내란 혐의로 체포돼 징역 5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전과’ 때문.

그는 당시 5·16군사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에게 “5·16 이후 과도기적 상황을 수습한 다음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한 혁명공약 6항을 지키라”고 요구했다가 원충연(元忠淵) 대령 등 6명과 함께 내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체포됐다.

그는 이후 1년간 복역한 뒤 67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으며 81년 특별사면을 거쳐 88년 계급 복권까지 이뤄졌다.

우씨가 사망하자 유족은 서울 남부보훈지청을 통해 국방부에 국립묘지 안장 신청을 냈으나 국방부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죄의 종류나 성격에 관계 없이 일괄적으로 국립묘지 안장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들어 이를 허용치 않았다.

유족은 이에 반발해 우씨의 시신을 국립묘지 임시 안치소에 안치시켜 놓고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내는 한편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방부가 우씨의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한 근거는 국립묘지령과 지난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 선정에서 국방부의 재량권을 인정한 행정법원 판결 등이다.

국립묘지령 제3조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을 규정한 것으로 ‘전투에 참가해 무공이 현저한 자, 장관급 장교 또는 20년 이상 군에 복무한 자 중 전역, 퇴역 또는 면역된 후 사망한 자로서 국방부장관이 지정한 자. 다만 군인사법 제10조 제2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우씨가 군인사법 제10조 제2항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규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유예 중에 있거나 그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등으로 못박고 있어 우씨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방부는 또 지난해 10월 김모씨(81) 등 2명이 국방부를 상대로 낸 국립묘지 안장신청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을 근거로 국립묘지 안장에 관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측이 국립묘지 안장의 자격을 갖추고 결격 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방부가 재량에 따라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의 지정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원고 측의 전과가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이기 때문에 우씨와는 경우가 다르다.

우씨처럼 내란 혐의로 체포돼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모두 6명으로 이중 사망자는 우씨와 2월 사망한 대령 출신 박인도(朴麟道)씨 등 4명이다. 이 가운데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박씨의 경우 국방부의 방침 때문에 유족이 국립묘지 안장 신청조차 내지 않고 경기 고양시 벽제화장장에 유해를 안치했다.

고려대 법대 배종대(裵鐘大) 교수는 “일반 형사범과 같은 잣대를 적용해 참 군인으로서 행동했던 사람들의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국립묘지가 진정한 성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민주화를 위해 싸운 군인들을 누구보다도 우선적으로 안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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