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댐 구조적 결함… 붕괴 계속”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30분



금강산댐 안전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집중호우시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댐 하단부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현상을 발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것.

정부는 이에 대해 “현재로선 금강산댐의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다”며 “만약을 대비한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어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금강산댐 정말 문제없나〓현재까지 파악된 상황은 위성사진에서 댐 상부에 3곳의 함몰 부위가 발견됐고 올 1월 15일부터 20여일간 3억5000만t의 흙탕물이 쏟아졌다는 사실.

여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댐에 물기가 스며든 흔적이 보였다”(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 공학부 교수)거나 “댐 하단부 여러 곳에서 물줄기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최석범 서광엔지니어링 사장)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런 정황에 대해 조원철 교수는 “함몰 부위는 물이 차면서 댐 상부 일부가 붕괴된 흔적”이라며 “금강산댐의 경사면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시공된 데다 표면에 돌 등을 덮어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조 교수는 또 “금강산댐의 구조적인 결함 때문에 물이 찰수록 댐 붕괴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태훈 한양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가뭄으로 북한강 수계 댐들의 저수량이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북측이 금강산댐에서 물을 뺄 이유가 없다”며 댐 안전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 교수는 또 “그동안 전세계에서 안전 이상으로 붕괴된 80여개의 댐 가운데 사력댐이 70%에 이를 정도로 콘크리트댐에 비해 사력댐의 안전도는 떨어진다”며 “이른 시일 안에 정확한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빈발한 점을 감안, 장마철이 되기 전에 금강산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강산댐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국제하천법 전문가 이상면 서울대 법대 교수는 “북한의 댐 건설 기술을 감안할 때 댐 일부가 손상됐더라도 더 큰 문제가 발생하도록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댐 안전문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세 건설교통부 수자원국장도 “댐 상부 함몰 부위는 공사를 위해 파 놓은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이뤄지기 전에 속단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정부 대처 방안은 정말 안전한가〓현재 정부가 수립 중인 대책은 2단계로 나뉘어 있다.

1단계는 평화의 댐 보강이다. 6월 20일까지 댐 상부에 콘크리트를 덧씌우고 댐 남쪽 하단부를 큰 바위덩어리 등 사석(沙石)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고석구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금강산댐에서 물이 흘러 넘치더라도 수도권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으로 보강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수준이면 금강산댐이 무너지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화의 댐 설계와 감리를 담당했던 유승하 삼안건설기술공사 부사장은 “현재 금강산댐 저수량이 5억∼6억t 정도로 추정된다”며 “평화의 댐 저수 능력이 5억9000만t이고 넘치는 물은 하류에 위치한 화천댐(총저수량 10억5000만t)으로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단계는 정부가 북측에 금강산댐에 대한 공동조사를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평화의 댐 저수 능력을 확대하는 공사를 벌인다는 것.

평화의 댐은 당초 1단계로 80m 높이로 건설한 뒤 2단계로 137m로 높일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평화의 댐 저수능력은 35억t 규모로 늘어나게 돼 금강산댐의 계획 총저수량(26억4200만t)을 크게 웃돌게 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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