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아닌 특례집단' 이화여대 국제학부…영어로만 전형

  • 입력 2002년 2월 28일 13시 55분


이화여대 국제학부생들의 그룹 스터디 시간
이화여대 국제학부생들의 그룹 스터디 시간
“아임 서포즈드 투 비 유어 직속선배, 올라잇?(내가 너희의 멘터가 될 거야, 괜찮지?)”

2002학년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지난달 21일, 이화여대 국제학부 신입생 허해림 최수안씨와 이들의 멘터(mentor·전담 선배를 지칭)인 재학생 이유정 이공진 강혜경씨가 대면식을 가졌다. 이들은 각각 8∼14년 동안의 외국 체류 경험이 있다. 국제학부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많아 평상시의 대화도 이렇게 영어에 한국어가 드문드문 섞이는 식이다.

이화여대 국제학부는 2001학년도에 개설됐다. 신입생 선발에서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은 보지 않았고 GRE나 토플 등의 테스트 잉글리시가 아닌 영문 에세이와 1 대 1 영어 인터뷰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재외국민 특별전형’과 상관없는 별도 전형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모든 수험생들에게 문호가 열려 있지만, 합격생은 대부분 외국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다. 2001학년도 신입생 30명 중에는 1명만이 해외 거주 경험이 없는 ‘순수 토종’. 입학생의 평균 해외 체류 기간은 7년이었다. 2002학년도에도 50명 중 45명이 최소 1년 이상 외국에 산 적이 있다.

첫해인 2001학년도에는 정원 30명 모집에 경쟁률이 16 대 1, 2002학년도에는 정원을 50명으로 늘렸는데도 경쟁률 10 대 1을 기록했다. 토플에서 300점 만점을 받았다는 신입생 최수안씨는 “유전자조작, 자본주의의 변화에 관한 것 등 한글로 써도 어려운 에세이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제학부의 최병일 교수는 “대학원에서 언어구사 능력까지를 포함해 국제적 실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에는 너무 늦다. 생활영어 정도가 아니라 고급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학생들을 뽑아 아예 학부부터 국제적인 인력으로 훈련시키고자 했다”고 국제학부 창설의 이유를 밝혔다.

국제학부가 학생들의 장래 취업대상기관으로 상정하고 있는 곳은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국제기구나 다국적 컨설팅회사. 학생들은 졸업하려면 이런 유관기관에서 최소한 두 번 인턴을 해야 한다. 당장 올 여름방학만 해도 파리 OECD본부 등에서 인턴 근무를 할 예정인 학생들이 있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은 국제통상, 국제정치경제, 국제경영, 국제법 관련 교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루에 영문 원서 30∼40페이지를 읽고 2주에 3, 4개의 영문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매 시간 그룹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존경하는 여성 리더의 전기를 쓰라’는 과제를 받고는 한달간 미국 휴렛팩커드사의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 회장에게 e메일 인터뷰를 요청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학부생들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일이나 한국적인 대학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학교생활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MT 가는 일, 동아리 가입, 과 대표 선정 등 일반 학부생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을 수월하게 해내지 못하는 것이 이들 스스로가 말하는 ‘약점’이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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