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KDI '비전2011보고서' 공식 반대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26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정경제부의 의뢰로 만든 ‘비전 2011’ 보고서에서 대학 기여입학제와 고교 평준화제도 보완 등을 거듭 제기하고 나서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무시한 채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는 무리한 발상”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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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경제부처가 최근 이 같은 문제를 조직적으로 제기하는 데 대해 경계하고 있고 이상주(李相周) 교육부총리도 진념(陳稔) 경제부총리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DI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립고에 대한 학교 운영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학부모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허용해야 한다”며 “자립형 사학제도 등을 통해 학교간 차별화와 경쟁, 혁신 경쟁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평준화 해제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방원(李芳遠)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정책실장은 “무조건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희망하는 사립고에 대해 평준화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은 과열 입시 완화, 교육기회 확대 등 긍정적인 역할이 크고 국민의 69.2%가 찬성하고 있다”며 “경제 논리만 내세울 경우 계층간 위화감이 심화되는 만큼 자립형 사립고와 특성화고의 확대 등을 통해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교육부나 학부모 교원단체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다. 김우식(金雨植) 연세대 총장이 지난해 3월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교육부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위헌의 소지가 있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고 2003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에서도 이를 금지했다.

또 대입에서 고교간 학력차를 반영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고교 특성과 교육과정을 반영해 내부 전형자료로 쓸 수 있지만 고교 등급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사립대들은 “등록금 의존률이 69%나 되는 등 재정난을 겪고 있는 문제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기여입학제를 허용하고 더 나아가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일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평준화 해제와 기여입학제에 대해 모두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정부는 교육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며 “대학 재정을 학부모 기부금으로 충당하려는 발상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경제부처에서 교육문제를 자꾸 거론하는 데 대해 “외환위기로 교육 투자가 대폭 줄어든 만큼 무조건 자율화를 주장할 게 아니라 교육정책이 정착될 수 있도록 예산 배정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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