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 뜨거운 논쟁

  • 입력 2001년 12월 19일 20시 27분


“대구와 경북은 원래 한 뿌리다. 두 지역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선 통합이 불가피하다.”

“ 대구시와 경북도를 합치면 행정기구의 거대화로 경쟁력이 저하돼 아무런 실익이 없다.”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대구시 경북도 통합론’을 놓고 지역 여론이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통합 논의 발단=경북대 박찬석((朴贊石)총장, 노진환 21세기 경북발전동우회장 등 대구경북 지역의 학계 언론계 경제계 등 각계 인사 13명은 17일 ‘대구경북통합추진주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위원장에 박 총장을 선출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시 도 분리에 따른 폐해와 통합에 따른 이점 및 당위성을 시 도민에게 널리 알리고 설문조사와 인터넷의 사이버투표 등을 통해 이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시 도 통합 여론을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들은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북도에서 분리된 이후 시와 도가 공단을 따로 조성하고 각종 행정기구를 2중으로 설치하는 등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90년대 들어 대구와 인근 도시의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토지 이용은 물론 인적 물적 교류와 환경 교육 교통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해 두 지역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늦어도 차차기 지방선거 전까지 대구와 경북을 통합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후보들에게도 대구 경북 통합과 관련한 입장을 요구할 계획이다.

▽대구시 입장=대구시는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시 도 통합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선거공약으로 내건 경북도가 여론 무마용이나 임기응변으로 여론을 피해보려는 의도에서 공론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는 자치단체간의 경쟁보다는 대도시간 경쟁 시대이기 때문에 대구시를 경북도 산하에 둘 경우 대도시의 역할과 기능을 축소하는 것으로 결국 대구시와 경북도를 하향 평준화할 소지가 있다고 대구시는 보고 있다.

또 지자제 실시 이후 시 도와 기초자치단체가 대등한 관계에 있고 산하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위임사무에 대해서만 부분적인 지도감독권이 인정되므로 시 도 통합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게 대구시의 견해.

이밖에 시도간 현안 문제 해결은 광역행정협의회 등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고 시 도 통합은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면 안되고 충분히 시간을 두고 접근할 문제라고 대구시는 주장했다.

▽경북도 입장=경북도는 시와 도가 분리되면서 중심도시(대구)에 위치하던 2, 3차 산업이 경북도에서 이탈돼 재정상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통합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의 재정자립도가 78.6%인 반면 경북도는 33.8%에 불과하다는 것.

또 시 도 분리 이후 경찰청 교육청 등 100여개의 행정기관과 단체가 중복 설치돼 예산 낭비가 초래됐고 특히 광역행정의 수행이 어려워 대구시내 지하철의 연장과 공단 지정 등의 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경북도는 주장했다.

따라서 시 도 통합은 중복된 행정기관을 통폐합하고 기구와 인원을 줄일 수 있어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환경 교육 교통 공업용지 해결 등 광역 행정수요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경북도는 보고 있다.

특히 도농간 기능 분담으로 균형 발전을 촉진할 수 있고 경쟁력도 크게 강화할 수 있으며 도청을 이전하지 않아도 돼 국가예산의 부담을 덜고 지역간 갈등 해소에도 순기능을 할 것이라고 경북도는 주장했다.

▽전문가 의견=대구시와 경북도를 통합하면 지방정치 행정 환경 교육 등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분리의 장점도 있기 때문에 혼란을 무릅쓰고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통합은 매력적일 수 있지만 임기응변식 통합보다는 생활권을 기준으로 10∼20여개의 광역자치단체로 행정구역을 재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대구=정용균.이권효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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