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농촌학교 지킴이' 청송 이전초등교 유진선교사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06분


“어떻게 농촌 아이들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대표적인 오지인 경북 청송군 부동면 이전초등학교 유진선(兪鎭善·37) 교사는 대구교대를 졸업한 1988년 3월 교사생활을 시작한 이후 14년째 청송군에서만 근무했다. 3년 정도 이곳에서 근무하다 도시로 떠날 생각이었지만 누군가는 농촌 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있다 보니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청송읍에서 20㎞가량 떨어진 이 학교는 두메산골의 소규모 학교로 교사 7명이 전교생 46명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정책이 휘청거리고 교대생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유 교사는 요즘처럼 교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가르친 아이가 올해 고려대에 진학했기 때문. 주민들은 “모두 선생님 덕분”이라며 고마워했다.

“여긴 그 흔한 학원도 하나 없어요. 게임방도 없고요. 교과공부 특기적성교육 정보화교육 등 모든 교육을 학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가끔 ‘도시로 갔으면’ 하는 충동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농촌 교육을 맡아야 한다는 주민과 학생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도시로 가기 위해 농어촌 학교를 떠난 초등교사는 올해에만 전국적으로 500여명. 경북 전남 경남 강원 등의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에서는 하루아침에 담임 교사가 사라져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는 풍경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유 교사는 퇴근 후에는 주민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곤 한다. 컴퓨터 활용 능력, 인터넷 정보검색사 등 자격증도 4개나 땄다. 덕분에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교육인적자원부가 마련한 교육정보 공유 운동에서 금상을 받았다. 경북교육청의 수학 컴퓨터 경시대회 등에서 학생들이 여러 번 상을 타기도 했다.

“농촌 교육은 ‘교육의 뿌리’라고 생각해요. 교사들이 농어촌을 떠난다는 말을 들어도 고민할 시간이 없어요. 아이들이 따르고 학부모들이 저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당장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청송군 진보면 집에서 학교까지는 30㎞. 유 교사는 일요일인 4일에도 학교에 나갔다. 다음주에 학생들에게 보여줄 자료를 더 잘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송〓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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