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實외교 망신外交/문책 범위]‘무더기 문책’ 불가피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06분



한중간의 외교공방으로까지 번졌던 한국인 마약범 신모씨(41) 처형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한국측의 결정적 잘못이 확인됨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무더기 문책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실무진의 책임으로 전가할 경우 반발이 초래될 것으로 보여, 문책 범위를 둘러싼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실무담당자〓99년 1월 신씨의 1심 사형재판 일정과 장소 등에 대한 공문을 받아놓고도 접수대장에 기록하지 않은 채 문서철에 넣어버린 실무자가 1차 문책 대상이다. 당시 베이징(北京)대사관의 외사협력관은 김병권 영사였다. 김 영사는 공문을 직접 받아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문서를 수발하는 직원이 제대로 보고했는지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9월25월 신씨 사형확정 판결문이 보내진 선양(瀋陽)영사사무소의 외사협력관은 이희준 영사. 선양사무소장은 장석철 총영사였고 직보라인인 서울 책임자는 김경근(金慶根) 영사국장이었다.

▽지휘감독 책임〓2건의 문서가 실무자들에게조차 전달되지 않은 데는 지휘감독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공교롭게도 9월25일은 주중대사관의 대사 자리가 비어 있던 시점. 당시 홍순영(洪淳瑛) 대사는 통일부 장관에 기용돼 귀국했지만 김하중(金夏中) 차기대사는 부임하지 않은 ‘대사공백기’였다.

99년 1월에는 문서가 대사관으로 보내졌는데도 접수대장에 기록조차 되지 않았는데, 당시 대사는 권병현(權丙鉉) 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다.

▽정치적 책임〓정부의 서투르고 신중하지 못한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도 많다. 사건 초반부터 정확한 조사는 하지 않은 채 여론만을 고려한 무책임한 반박과 면피주의로 일관,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국제적 망신거리로 비화됨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외교 수뇌부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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