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 파업유도' 판결의미]'폭탄주 실언' 해프닝 판단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30분


‘술에 취해 늘어놓은 과장된 자랑이었을 뿐 파업유도의 실체는 없었다.’

99년 한 해 검찰과 노동계 정치권 등에서 큰 파문이 일었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폭탄주 실언’ 해프닝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 따라 진 전부장의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등 주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폐창의 조기 통폐합은 강희복 전조폐공사 사장이 자율적으로 내린 경영판단이었으며 진 전부장이 이에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진 전부장이 98년 9월 강 전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좋지 않은 정보보고가 올라와 서울이 시끄럽다. 빨리 직장폐쇄를 풀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라”고 말해 노조의 쟁의행위에 간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진 전부장의 발언이 조언 내지 권고의 성격을 벗어나 강 전사장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 것이다.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에 대한 검찰,특검 수사와 법원의 판단 비교
쟁점검찰수사(2000.7)특검수사(2000.12)1심 법원판결(2001.7)
조폐창 통폐합 주도진형구씨의 1인극강희복씨 독자적으로 주도진형구씨 압력 없었음
강희복씨 자율적 경영판단
정부기관의
조직적 파업유도
없다없다없다
관련자 처리진형구씨 구속기소
강희복씨 무혐의처분
강희복씨 구속기소
진형구씨 판단유보
진형구씨 제3자 개입금지 조항 위반에 대해 징역 1년에집행유예 2년 선고
강희복씨 단체교섭 불성실 대응 혐의 등에 대해 벌금 300만원 선고

강 전사장은 노사협의회 의결사항인 하계휴양비를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점만이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은 ‘파업유도’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1심 결과에 따라 99년 사태 당시 극명하게 엇갈렸던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파업유도 특별검사의 수사결과도 재조명을 받게 됐다.

검찰과 특검 모두 “조직적인 파업유도는 없었다”고 한 점에서 사실관계에 관한 주된 부분은 법원에 의해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좀더 세밀하게 비교하면 검찰이 ‘판정승’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검찰은 진 전부장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조폐공사 파업사태에 지나치게 개입해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을 인정해 그를 주범으로 보고 구속했다. 반면 특검은 진 전부장 대신 강 전사장을 주범으로 보고 그를 구속했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99년 6월 진 전부장이 오찬에서 폭탄주를 마신 뒤 기자들에게 “조폐공사 파업은 우리(검찰)가 유도했다”고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 파업이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에 쐐기를 박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검찰이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이라는 진 전부장의 발언은 당시 정부의 도덕성 시비와 함께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 발언은 대전 법조비리와 옷로비 사건, 항명 파동 등으로 흔들리던 검찰 조직에 결정타가 돼 결국 김태정(金泰政) 당시 법무부장관이 임명 8일 만에 경질됐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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