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시 문답풀이]정부, 直筆언론 통제 쉬워져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36분


신문고시(告示)는 신문사의 경영에 대해 정부가 내리는 지침이다. 판매와 광고 등 신문사 경영활동에 정부가 광범위하게 간여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 때문에 언론탄압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신문고시란 무엇인가.

“신문사들이 이런 저런 행위를 하면 불공정행위로 간주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만든 가이드라인이다. ‘신문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이 공식 명칭이다. 신문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미리 조목조목 정해놓고 이를 어길 경우 자동적으로 정부가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 1997년 1월 신문고시를 만들었다가 2년뒤인 99년에 규제완화 차원에서 없앴다. 이번에 만든 고시는 과거와 달리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빅3’ 신문사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조항을 많이 담고 있다.”

―공정위는 왜 고시를 만들었나.

“고시폐지 이후 신문사들의 불공정행위가 늘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공정위 주장과는 달리 신문사 자율협약이 정착돼 가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對)언론사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정위가 강행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특히 고시제정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만을 그대로 본떠 관련단체 의견수렴도 한쪽으로 치우쳤다. 공정위 자체 판단이라기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적지 않다.”

―고시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나.

“과거의 고시는 주로 무가지 제한과 경품제공 규제 등에 제한됐다. 이번에는 판매뿐만 아니라 △광고 △본사와 지국관계 △지국에 대한 지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해 아주 포괄적으로 규제조항을 담고 있다. 내용도 매우 추상적이어서 공정위가 마음대로 신문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공정위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지국과 본사의 자율 계약관계에 대해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공정위가 간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무가지를 일정비율 내에서만 제한하는 것은 신문사 경영활동에 정부가 직접 칼을 대겠다는 것이다. ”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나.

“정부를 비판하는 신문사의 경영에 공정위가 일일이 간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정부 입맛에 맞는 신문에 대해서는 눈감아 줄 수도 있다. 그만큼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를 많이 남겨놓은 것이다. 이럴 경우 언론자유가 크게 침해 당할 우려가 있다. 한마디로 비판적인 언론사의 경영에까지 간여해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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