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효과는 없고 국민들 주머니만 노린다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31분


《준비 안된 의약분업 정책의 실패가 고스란히 국민(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의료보험이 파탄 지경에 이르자 정부는 ‘곶감 빼먹듯’ 국민의 주머니를 우려내고 있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부터 의보 가입자 가운데 직장인은 3차례, 지역인은 한차례 의보료를 인상했으나 또 보험료를 인상할 태세다.》

일반 주사제를 의약분업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등 시행 8개월째인 의약분업이 흔들리고 있으며 병원과 약국에 주는 보험급여비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째 1조원을 넘어 의료보험이 휘청거리고 있다.

또 환자들의 불편도 가중돼 과연 의약분업이 국민의 건강권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의료보험재정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낳고 있다

국민은 앞으로 몇차례나 돈을 더 내야 할지 불안해하지만 정부와 공단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급여비는 99년 7조6500억원에서 지난해 8조95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보험급여비만을 계산한 것이어서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계산하면 총 의료비는 크게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급여비 월 1조원 시대’는 정부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 지난해 의약분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의사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정부는 수가 인상안을 내놓았지만 의료계가 여전히 집단행동을 풀지 않자 수가를 더 올리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의료보험 등 의료정책을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보다 ‘우는 아이에게 젖 주는 식’으로 대응했던 것.

정부는 환자 본인 부담금 비율을 올리지는 않았다. 의약분업으로 국민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홍보한데다 수가 인상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느냐는 불만을 의식해서다.

정부와 공단의 정책 예측력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지난해 11월에도 올 적자를 8500억원으로 추정했을 정도다.

급여비 지급액이 월 1조원을 넘어서자 예상 적자를 다시 1조876억원으로 추정했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의보 재정을 담당하는 공단의 한 간부는 “적자 규모가 너무 엄청나 말이 안 나온다. 몇천억원이 아니라 몇조원이라니…”라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돈을 더 내는 대신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 항생제 오남용 등에 따른 국민 건강을 보호한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는 실종된 지 오래다.

국민은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불편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약품 오남용에 노출돼 있다. 의료비는 급증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의료보험 혜택은 늘어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의보료를 20∼30% 올리고 국고 1조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의약분업을 포함, 의료 정책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한 국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강연대 강창구 정책실장은 “의보 위기를 넘기려면 의보료를 인상하고 국고를 추가 지원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이를 계기로 의보가 국민에게 혜택을 많이 주면서 안정적으로 바뀐다는 믿음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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