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또 폭설 "올스톱"…서울 제설제 동나 교통대란

  • 입력 2001년 2월 15일 19시 02분


봄의 문턱에서 15일 서울 경기 강원 지역을 ‘급습’한 32년만의 기록적 폭설로 주요 도로가 마비되고 항공편이 끊기는 등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고속도로 수도권 구간과 서울시내 주요도로는 차량들이 꼼짝 못하는 바람에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 잇단 폭설로 제설제가 동이나 눈치우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통체증이 밤늦도록 계속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막차시간까지 지하철 1∼8호선 및 국철을 무료로 운행했고 16일은 출근시차제를 적용, 서울시공무원의 출근시간을 오전 8시로 당기기로 했다.

또 16일 오후 9시까지 남산 1, 3호 터널 혼잡통행료를 받지 않고 공영주차장 주차료도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징수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시내 초중고교 학생들과 교직원의 등교시간을 폭설 때문에 10시로 늦췄다고 15일 밝혔다. 535개 초등학교에서 16일 오전 11시 치를 예정인 졸업식은 변동없이 이뤄진다. 경기 북부 일부 초등학교는16일 아예 휴교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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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및 수도권 교통대란〓이날 오후 들어서 폭설이 이어지자 서울시내 주요 도로는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평상시 서울 전역의 교통속도는 시속 24.4㎞였지만 대설경보가 발령된 이날 오후 1시경 7.1㎞로 ‘뚝’ 떨어졌다. 특히 차량속도가 빨랐던 내부순환로나 올림픽대로 등 도시고속도로의 교통속도도 평소 시속 56.0㎞에서 이날 8.8㎞로 떨어져 운행중인 차량들은 거북이 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경사가 가파른 남산 1호터널에는 쌓인 눈 때문에 차량들이 거의 움직이지 못해 이날 오후부터 터널앞 전광표지판에 ‘진입불가’ 메시지가 떴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2시경 고건(高建)시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까지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긴급 비상제설 체제를 가동, 9300여명의 제설인력과 300여대의 제설장비를 동원해 염화칼슘 5만여포와 소금 8000여포를 살포했다”며 “그러나 눈이 내리는 동안에는 염화칼슘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해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폭설로 과천∼사당간 남태령 고개를 넘을 때 체인을 감지 않은 차량은 통행이 제한됐고 김포시 통진면 수참리 W캐미컬 공장 지붕 100평은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 버렸다.

이날 아침부터 계속 눈이 내린 일산 신도시 등 경기북부 지역의 상황은 더 심했다. 인천과 고양, 의정부를 잇는 39번 국도 전 구간도 마치 대형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으며, 특히 낙타고개 등 주요 고개는 미끄러진 승용차로 뒤엉켜버렸다. 고양시는 잇단 폭설로 염화칼슘이 동이나 제설작업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한편 강원지역에서도 속초∼인제간 미시령의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됐고 10㎝안팎의 눈이 내린 대관령 진부령 한계령 등 영동 산간도로의 경우 월동장비를 못 갖춘 차량들은 통행이 제한됐다.

▽공항 마비〓폭설로 국내선 항공편이 대부분 취소되고 국제선도 출발이 늦어져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10시반경 서울발 부산행 대한항공 KE1123편 결항을 시작으로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국내선 130편이 뜨지 못해 10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국제선도 계속 내린 눈 때문에 항공기 동체에 쌓인 눈을 치우는 작업이 늦어지면서 출발이 지연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오전 9시20분 서울에서 제주로 향하는 OZ8911편 운항 취소 이후 오후 5시까지 국내선 103편과 국제선 1편이 결항됐다. 이날 아시아나측의 영업 손실은 5억원 정도.

▽대책〓중앙재해대책본부는 15일 폭설 피해에 대비해 건설교통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한국도로공사 등 관련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 총 1만3000여명이 비상근무에 들어갔으며 공무원과 미화원 등 2만여명이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특히 폭설로 큰 피해가 우려되는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은 국방부와 협조해 눈 쓸어내리기 등 사전제설 작업을 실시하고 관련부처와 공동으로 농산물 유통에 차질이 없도록 특별수송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연욱·이동영·춘천〓최창순기자>jyw11@donga.com

▼재해 농수산물 보상비 97%까지 인상▼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앞으로 폭설 등 각종 재난으로 피해를 보는 농수산물과 관련시설의 보상기준을 세분화하고 보상단가도 크게 올리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달초 개정된 재해대책법에 따라 농작물 보상단가를 품목별로 최고 97%까지 인상키로 하고, 농수산물 및 시설 보상기준을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에 통보해 조치토록 했다. 보상기준에 따르면 농작물은 종전의 경우 무 배추를 기준으로 보상금이 1ha당 142만1000원으로 획일적으로 책정됐으나 앞으로는 무 배추 등 일반작물과 수박 토마토 등 과채류, 깻잎 상추 등 엽채류로 세분화되고 보상가격도 인상된다.

이에 따라 일반작물의 보상금은 1ha당 157만5000원으로 11%가 오르고 과채류는 280만원으로 97%, 엽채류는 212만원으로 49%가 인상된다.

시설복구비는 김 양식 시설이 1책당 13만1000원에서 14만9000원으로 14%, 자동화비닐하우스는 1ha당 2억174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15%가 오른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재해보상금 지원은 지난달 7∼9일 사이에 내린 폭설 때 발생한 농수산물 및 시설피해부터 소급적용된다”고 밝혔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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