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뺏긴 재산 돌려주라"…김진만씨 유족에 승소판결

  • 입력 2001년 1월 26일 23시 42분


1980년 비상계엄 당시 신군부의 강압에 못 이겨 재산을 포기하겠다는 ‘제소전 화해조서’를 작성했던 공직자에게 국가가 그 재산을 되돌려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차한성·車漢成 부장판사)는 18일 10·26사태 이후 ‘권력형 부정축재’를 이유로 계엄사령부에 재산을 빼앗긴 김진만(金振晩) 전 국회부의장의 가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는 김씨 소유였던 서울 용산구 소재 건물 등에 대해 소유권을 이전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불법적인 감금 상태에서 작성한 제소전 화해조서는 원천적으로 무효인 법률행위라고 볼 수는 없지만 취소할 수는 있다”며 “취소 기간은 제소전 화해조서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96년부터 3년간으로 봐야 하므로 소멸시효가 만료되기 전인 98년 취소 소송을 낸 김씨의 가족에게는 권리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가로부터 이미 김씨의 재산을 넘겨받은 민간인에 대한 청구는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김 전부의장은 80년 신군부가 일방적으로 선임한 변호인에 의해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화해조서를 작성한 뒤 90년 “강압에 의한 화해조서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이 원고 패소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조서를 취소해 달라”며 청구내용을 변경했다.

대법원은 98년 11월 “당시 선임된 변호인은 무권(無權)대리인으로 볼 수 있으므로 무효 사유는 아니라도 취소 사유는 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금까지 신군부의 ‘부정축재자 재산환수’와 관련된 소송은 모두 무효 소송이었으며 “의사 결정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았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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