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뒤끝 박무 '비상'…서울 대기 오염물질 급증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31분


'서울이 캄캄해요'
'서울이 캄캄해요'
폭설과 강추위에 이어 대도시의 하늘은 스모그처럼 대기가 뿌옇게 변하는 박무(薄霧)가 뒤덮어 건강의 위험요소로 등장했다.

19일 기상청과 서울시에 따르면 18, 19일 이틀간 서울 도심에 박무가 심해 새벽 서울에서는 평균 3㎞ 정도밖에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예년 평균 시정은 15∼20㎞.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경우 17일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당 83㎍으로 하루 기준치 150㎍에 못미쳤으나 점점 높아져 19일에는 202㎍이 됐다.

또 대기중 이산화황 함유량을 보면 서울 강북구 번동의 경우 18일에는 0.034¤이었으나 19일에는 0.060¤으로 하루 기준치 0.05¤을 넘어섰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화합물도 서울 전역에서 많아졌다.

얼음과 눈이 녹으면서 생긴 이번 박무는 기온역전 현상까지 동반해 인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표면의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지 않아 수증기에 포함된 오염물질이 체내로 흡수된다는 것.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허용박사는 “최근 박무는 눈 밑에 침전된 벤젠과 매연 등 신구 대기오염 물질이 섞여 훨씬 나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교수는 “일반 마스크를 써도 오염물질은 걸러지지 않으므로 호흡기가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는 방진 마스크를 쓰거나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면서 “어른도 가급적 아침 운동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국립환경연구원 한진석 대기화학과장은 “수용성인 황산암모늄이 대부분인데다 액체상태로 머물기 때문에 대기에 포함되는 것은 극소량일 것”이라고 말해 의견을 달리했다.

:박무란: 대기가 뿌옇게 보이는 현상은 안개와 박무, 연무(煙霧)로 나뉘는데 시정이 1㎞이하일 때를 안개, 10㎞이하일 때를 박무라 한다. 연무는 습도가 60%를 넘지 않는 건조한 날씨에서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이번 박무는 통상 대기중의 수증기가 찬 지표면과 만나 응결하면서 생기는 것과 달리 지표면에 깔려있던 눈이 갑작스러운 기온상승으로 증발하면서 생긴 점이 특징이다.

<이호갑·김준석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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