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保 외압수사]朴 前장관 '외압전화' 假說만 무성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44분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가 주장하는 99년 2월 박지원(朴智元)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압력전화’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압력전화설’의 진실여부를 밝히는 것은 신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자 검찰 수사의 ‘끝’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일주일째를 맞고 있지만 수사상황이나 그동안의 수사에서 나온 결과들은 ‘박지원 외압설’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이씨의 개인비리 △사직동팀 내사경위 △이씨에 대한 신보의 ‘내압 및 사표종용’에 대한 수사를 통해 박 전장관의 개입 여부를 규명할 단서를 찾아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다.

오히려 이씨의 여타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진술만이 일방적으로 나오고 있다. 우선 사직동팀 내사경위와 관련해서는 제보자인 김주경(金周慶)전 영동지점 팀장과 사직동팀 관계자들의 진술이 거의 일치하고 있는 상황. 또 신보 손용문(孫鎔文)전무, 최수병(崔洙秉)전 이사장도 이씨의 ‘내압’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들과 박 전장관과의 ‘연결고리’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에게 대출압력 전화를 걸었던 사람의 실체만 밝혀지면 사건이 끝나지만 이것이 가장 규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수사 중”이라는 원칙론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외압’주장과 관련해서 아직은 △박 전장관의 압력전화가 사실일 경우 △이씨의 거짓말일 경우 △박 전장관을 사칭한 제3자가 전화를 했을 경우 등의 가능성만이 존재하는 셈.

검찰 주변에서는 이씨가 개인비리 사실을 극구 부인했으나 법원에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할 정도로 객관적인 증거들이 드러나는 등 진술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거짓말’과 ‘사칭’쪽에 무게를 둔 전망이 많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씨의 다른 주장이 모두 거짓이더라도 ‘압력전화’ 부분만은 사실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씨가 특정인을 지목한 데다 주장내용이 아주 구체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화를 둘러싼 사건의 특성상 검찰이 진상을 속시원히 파헤치기는 애초부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은 공통적인 견해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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