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과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대립해온 문원동 1, 2단지 7300여명의 주민들은 최근 과천시청 정문 앞에서 연일 ‘송전탑 설치 반대 시민결의대회’를 열고 과천시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분쟁경과〓한전이 96년 3월 신성남∼양지변전소간 345 송전탑 7개를 세우기 위해 과천시에 그린벨트 행위허가를 신청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주민들과 과천지역 4개 시민단체는 ‘과천생명민회’를 조직해 전자파 유해논란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기하는 등 강력 반발했고 과천시도 행위허가를 불허했다. 경기도와 서울행정법원에 낸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도 효과가 없자 한전은 지난해 감사원에 심사를 청구했고 결국 8월21일 과천시로부터 5년 만에 행위허가를 받아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주민주장〓주민들은 마을과 송전철탑과는 130m∼250m의 근접거리로 전자파 피해는 물론 80m 높이의 철탑이 붕괴될 경우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송전탑 7개 중 마을과 인접한 4개는 반드시 지중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원2단지 대표 김사연씨(50)는 “이미 154㎸ 초고압선이 마을과 180∼300m 거리에 있고 마을 입구에 변전소가 있는데 345㎸마저 들어오면 마을이 온통 고압선으로 둘러싸이게 된다”며 “지중화는 생존권 차원의 문제”라고 목청을 높였다. 주민들은 또 한전이 ‘주민요구를 받아들여 철탑 2기를 마을로부터 50m 후퇴시키겠다’는 말은 주민들이 요구한 ‘철탑 4기의 전면 후퇴’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한전이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80년 서울대공원이 조성되면서 이 곳으로 집단이주한 주민들은 “이제 정붙이고 살 만하니까 또다시 내쫓으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과천생명민회 공동대표 전재경씨(44)는 “과천시장을 상대로 행위허가 취소 청구소송을 서울 행정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라며 “행위허가가 철회되지 않으면 시장 퇴진운동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입장〓한전 전력계통 건설처 김철환 송전2부장(51)은 “변전소 이전 등 주민합의사항을 수용했다”며 “지중화는 480억원의 비용과 7년의 공사기간이 소요돼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이곳을 지중화하면 다른 지역들과의 형평성문제가 제기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과천시 관계자는 “감사원 결정에 따라 행위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며 “행위허가의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중화 없이 공사가 강행되면 온몸으로 저지하겠다는 주민들과 지중화 요구는 절대 들어줄 수 없다는 한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사태해결은 힘들 전망이다.
<과천〓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