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협의회 출범후 공직사회 새바람 "싱글벙글" "나긋나긋"

  • 입력 2000년 8월 3일 19시 16분


경남도청의 7급 공무원인 강모씨(40)는 공무원 직장협의회가 출범한 후 청내 분위기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고 단언한다.

“애로사항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정당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일할 기분이 납니다. 결재하는 간부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어요. 솔직히 그동안 간부들이 하위직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기나 했습니까.”

1년여 동안 대구시 직장협의회를 꾸려온 박성철(朴成轍·47·6급)회장은 “고개숙이고 살아온 하위직 공무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 참아왔던 불만을 협의회 창구를 통해 분출할 수 있어서 모두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장협의회 구성원들인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은 어깨가 펴지는 반면 간부들은 부하 직원들에게 언행을 한층 조심하는 새 분위기가 형성돼 가고 있다.

▽직장협의회 탄생〓 98년 2월 제1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이 마련됐다.

이 법이 시행된 99년 1월 이후 산업자원부 직장협의회를 시작으로 대구시 직장협의회 등이 잇따라 발족돼 현재 전국적으로 170여개에 달한다. 대상은 6급 이하 공무원이며 인사 예산 경리 비서직 등 일부 부서의 공무원은 가입이 금지돼 있다.

▽직장협의회 활동〓 직장협의회는 법률에 따라 소속 기관장과 ‘동등한 위치’에서 연간 두차례씩 정기 협의를 가지면서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또 필요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비공식 접촉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협의회의 활동을 역동적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산업자원부와 부산시 경남도 등 30여개 협의회가 운영중인 인터넷 홈페이지. 부산시의 한 간부는 “협의회 홈페이지는 모든 직원들의 토론장이자 건의사항의 집결지 역할을 해 위력이 대단하다”며 “많은 간부들이 매일 열어보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간부들의 잘못된 언행이나 인사내용, 시책에 대한 평가, 평소 불만사항 등을 과거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직설적 표현으로 홈페이지에 올리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오른 사안은 빠른 속도로 확산돼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또 사이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각 협의회의 홈페이지 접속 건수는 하루 수천회를 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산지역 협의회를 중심으로 ‘지방의회 바로세우기 운동’도 확산되면서 그동안 눈치만 봐 왔던 의회에도 직격탄을 퍼붓고 있다.

▽영향과 문제점〓 서울의 한 구청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는 최근 ‘구의원들의 행패 아마 정말일거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파문을 일으켰다. 이 글은 “한 구의원이 자신의 인사청탁이 관철되지 않자 담당부서를 찾아가 직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폭로했다.

비교적 연령층이 낮은 하급직과 나이가 많은 관리직 사이에 존재하는 ‘사고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잦다. 또 법적으로 인정된 직장협의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기관장도 적지 않아 알력을 빚는 사례도 많다.

중앙부처의 한 직장협의회 실무자는 “직장협의회를 공무원 노조의 전 단계로 볼 수도 있지만 상급자를 ‘타도대상’으로 삼아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신뢰받는 새로운 행정문화의 건설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최성진·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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