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현장]경기도 긴급 복구 작업…구조대원 순직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32분


중앙재해대책본부는 23일 공무원 소방관 1만여명과 덤프트럭 굴착기 등 중장비 3000여대를 동원해 비가 멈춘 경기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긴급복구에 나섰다.

대책본부는 또 응급구호팀을 구성해 수해지역에 대한 방역과 주민들의 전염병 예방활동을 벌이는 한편 침수됐던 농경지에 대해서는 병충해 항공방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피해가 심한 경기도의 재해대책본부와 시군재해대책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공무원 소방관 3000여명과 덤프트럭 굴착기 등 중장비 1200여대를 동원해 유실된 둑과 도로에 대해 긴급 복구 작업을 벌였다.

또 행정기관과 대한적십자사, 민간인들로 구성된 이재민 응급구호팀도 침구류와 생필품 등 1000여 세트의 구호물품을 수재민들에게 지급했으며 방역 및 의료지원단은 장티푸스 예방접종과 함께 침수지역에서 소독 및 방역활동을 벌였다.

한국통신은 침수피해가 컸던 용인과 안산 군포 등에서 전화국 별로 복구 작업을 벌였으며 한국전력도 직원 1200여명을 동원해 4만3000여 정전가구 대부분에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한편 경기도내 23곳의 학교와 마을회관 등에 분산 수용됐던 2000여명의 이재민도 물이 빠지면서 집으로 돌아가 집안에 찬 물을 퍼내고 가재도구를 챙기는 등 수해복구에 비지땀을 흘렸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살신성인 故함용길 소장▼

“남은 우리들은 어떻게 살라고 혼자 훌쩍 떠나셨나요.”

산사태로 매몰된 일가족을 구하러 가다 교량에 깔려 순직한 용인 이동파출소 함용길(咸龍吉·48·경사)소장의 빈소가 차려진 용인시 양지면 용인장례식장. 23일 오전 장례식장엔 함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족과 친지, 동료들이 가득했다. 부인 나향화씨(48)와 딸 하나양(22)과 아들 원진군(20)등 일가족은 함씨의 영정을 부여잡고 통곡과 오열을 그치지 않아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22일 오후부터 빗줄기가 거세지자 함소장은 전직원과 함께 수해에 대비한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함소장은 순찰차를 타고 주변 수해취약지역을 돌며 경계를 강화했고 주민들에게는 위험장소에 출입을 삼가고 수해에 대비토록 했다.

함소장이 이동면 어비2리 김정순씨(60·여)집이 산사태로 매몰됐다는 신고를 받은 것은 이날 오후 9시50분경. 계속된 순찰에 지쳐 잠시 파출소에서 쉬고 있던 함소장은 곧바로 소내 근무 중이던 직원 및 5분 기동타격대 10여명과 함께 순찰차와 2.5t트럭에 나눠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이미 불어난 물은 가슴까지 차 오르고 있었다. 함께 출동했다 부상한 조기신 경장은 “모두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소장님이 ‘매몰된 일가족은 우리만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하시고는 물살을 가르며 앞장섰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2km가량을 들어가자 현장 진입로에 놓인 4m길이의 콘크리트 교량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함소장은 이번에도 앞장섰다. 순간 교량이 기우뚱하면서 일부가 무너져내려 함소장 등 일행 4명이 다리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기어 나오는 순간 교량이 다시 붕괴되면서 맨 뒤에 나오던 함소장을 덮쳤다. 직원들이 달라붙어 힘을 써봤지만 콘크리트 더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평소 우직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맡은 일에는 빈틈이 없었지만 가족과 부하직원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했던 함소장은 이렇게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조경장은 “역부족이었다. 함께 출동한 직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혼자 살아 남은 것이 더없이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며 끝내 말끝을 맺지 못했다.

79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함소장은 용인경찰서 방범과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이동파출소장으로 부임했다. 함소장의 장례는 25일 용인 경찰서장으로 치러지며 경위로 일계급 특진된다.

<용인〓남경현이동영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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