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규모 인사 배경]차기구도 가시화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53분


검찰에 또 다시 인사태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5월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등의 여파로 검찰총장과 검사장급 고위간부가 무더기로 퇴직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검찰에 대규모 인사이동이 임박했다.

금명간 단행될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의 특징은 ‘차기 구도’의 확립과 ‘세대교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박순용(朴舜用·사시8회)검찰총장의 임기가 절반을 넘기면서 검찰내 ‘실세’로 통하는 신승남(愼承男·사시9회)대검차장에게 무게가 실리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신차장과 동기인 강신욱(姜信旭)서울고검장이 대법관에 임명돼 검찰을 떠난데다 이태창(李泰昌)법무연수원장도 자의든 타의든 검찰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또 사시10회 중에서도 주요 보직에 남아있는 간부는 없다.

이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세대교체도 이뤄져 사시 12회가 검찰 주류를 형성하게됐다. 12회 출신들은 일부 선배들을 제치고 한꺼번에 3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하게 됐고 서울과 부산 등 주요지검장 자리도 지키게 됐다.

서울지검장과 대검 공안부장 등에 비호남 출신을 기용하려는 것은 지역안배에 신경을 쓴 흔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다. 검사장 승진도 지역적으로 골고루 배분됐다.

그러나 인사의 공정성 여부는 다음주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차장검사 이하 일선 검사 인사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서울지검의 한 중견검사는 “실제로 일하는 자리인 재경지청장과 각 지검 차장, 특수부 간부와 중수부 실무자들의 인사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사는 예년보다 한달 빨리,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져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 인사는 1년에 두차례 이뤄지는데 규모가 큰 하반기 인사는 8월 중순 이후에 단행되는 것이 관례였다. 검찰총장 임기가 2년에 한번씩 8월중에 만료되는데다 법원 인사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다음달 초 전면 개각을 앞두고 유임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정길(金正吉)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검찰간부에 대한 인사권을 한번도 행사하지 못했다는데 근거를 둔 해석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