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량미달 각종 경시대회 난립…대입 특별전형 확대영향

  • 입력 2000년 6월 28일 19시 18분


대학들이 대입전형에서 각종 경시대회 입상자들에 대해 가산점 부여 등 특전을 부여하면서 자격 미달의 경시대회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다. 일부 경시대회는 참가자로부터 참가비를 받는 등 영리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어 경시대회의 공신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실태〓2002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들이 경시대회 입상자에게 특전을 주는 등 특별전형을 확대하면서 경시대회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대학을 비롯해 어학 컴퓨터관련 기관 등에서 실시하는 경시대회가 6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은 영어 수학 과학 등의 과목에 뛰어난 우수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회를 유지하고 있다. 입상자는 입시전형때 가산점을 주어 우대하거나 등록금 및 기숙사비 면제 등의 혜택을 내걸고 학생들을 모으고 있다.

대학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시대회만도 125개. 서울대는 자체 출제하는 국어경시대회 등 8개 대회의 입상자에 한해 입시 때 특전을 주고 있고 고려대는 논술 과학분야의 12개 과목에서 경시대회를 열고 있다. 서울대는 내달 23일 제2외국어 경시대회를 열고 포항공대도 내달 24∼29일 수학 물리 화학경시대회를 개최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 D학원은 경시대회 대비반으로 3개반 150명에게 수학 과학 과목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일부 기관은 경시대회에 입상하면 곧 입학이 결정된 것처럼 과장 선전해 학부모들을 현혹하기도 한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평가실장은 “진학상담을 하다보면 경시대회를 오해하는 학부모가 의외로 많다”며 “대입 때 경시대회 입상 혜택을 받는 학생은 극소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경시대회 유치와 출전을 둘러싸고 경쟁이 치열해 투서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이달초 전국영어경시대회 예선대회를 열면서 교육부의 후원을 받을 경우 유료행사를 치를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참가비 1만원씩을 받았다가 문제가 되자 되돌려주기도 했다.

또 5월 서울 강남구 D중학교는 서울시가 주최하는 수학경시대회 출전자를 선발하기 위한 교내 시험 채점과정에서 물의를 일으켜 교장 및 교사 2명은 경고, 교감은 주의조치를 받기도 했다.

학부모 김모씨(42)는 “채점과정도 문제가 있었지만 출전인원을 학교당 2명 이내로 제한한 규정을 어기고 자격 논란을 빚은 학생을 포함해 3명을 출전시킨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진성서를 냈다”고 말했다.

▽인증제 도입추진〓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부는 경시대회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대회에 한해서 인증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교협은 대학 등 각단체가 주최하는 경시대회와 체육대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수익사업으로 대회를 유치하는지 등을 종합 평가하고 이를 각 대학이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교협은 “어떤 경시대회는 참가자수가 너무 적어 전국규모 대회임을 무색케 하기도 한다”며 “앞으로 모든 경시대회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하고 대학들이 경시대회의 입상자, 입상 성적, 대회 참가자수 등을 확인해 대회의 공신력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시대회 인증제 도입문제가 대학입학관리처장 회의에서 거론됐으나 평가방법과 대학자율화 문제를 들어 일부 대학의 반대가 심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 김성인(金成寅)입학관리실장은 “경시대회 입상자라도 국제대회 등 수준 높은 대회가 아니면 대입 면접 때 참고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경시대회 난립의 부작용이 있는 만큼 대회의 질(質)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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