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도 藥도 불만 '가시밭길 분업'

  • 입력 2000년 6월 25일 19시 41분


의료계의 집단 폐업 중단 결정으로 의료대란은 일단 위기를 넘기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상당수 의사들이 폐업 지속 등 강경 입장을 밝힌 데다 약사들도 ‘일단 의약분업에 참가하지만 약사법 개악시 참여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의약분업 갈등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을 불과 엿새 앞둔 25일 폐업 철회 여부를 놓고 일반 의사들의 입장이 이처럼 엇갈리고 약사들도 “정부가 의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다”며 반발하자 중간에 낀 정부는 이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실 이날 의협 집행부의 폐업 철회 결정도 사태의 ‘해결’이라기보다는 ‘봉합’의 성격이 더 강했다. 막판 쟁점이었던 약사법 개정 문제를 놓고 사태의 장기화를 막을 책임이 있던 정부는 ‘선시행 직후 7월 임시국회 중 개정’이라는 고육책을 내놨고 계속된 폐업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의료계 집행부도 퇴각의 명분을 찾은 것.

그러나 집행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회원 투표에 들어가자 서울 부산 광주 등 대도시의 경우 폐업 철회 의견이 많았으나 지방의 중소병원 의사들과 젊은 개원의, 전공의 중 상당수는 폐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에 섰다.

이 때문에 의료계가 진료에 복귀하는 의사들과 폐업을 강행하려는 의사들로 분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의협 집행부가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는 자평아래 이미 폐업 철회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다 많은 의사들이 속속 진료실로 복귀하고 있어 일부 강경파가 폐업을 계속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어쨌든 의사들이 폐업철회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의정 갈등을 묵묵히 지켜보던 약사회도 7월 임시국회 중 약사법을 개정하겠다는 영수회담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투쟁 분위기로 반전돼 의약분업이 시행되더라도 상당한 험로를 걷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다음달 임시국회에서의 약사법 개정을 놓고 의료계와 약계가 서로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태세다. 정치권이 양쪽의 눈치를 보느라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도 예견할 수 있다.

정부는 또 의약분업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3∼6개월 시행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 기간 내내 의료계와 약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의보수가 인상을 놓고 시민단체들이 국민 부담을 늘릴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의약분업의 전도를 어둡게 하고 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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